[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논란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이은 의혹을 둘러싼 당내 불만이 누적되면서 이재명 지도부의 장기(長技)였던 장외투쟁에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 관측된다. 정치권은 '이재명 퇴진론'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이 대표의 당내 장악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리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겨냥한 집회로 민주당은 지난 17일과 18일 SNS를 통해 당원들의 집회 참여를 적극 독려했으나, 당초 시민단체와의 공동 주최 계획을 취소하고 돌연 개별 참석 형식으로 변경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와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경기도 수원이 지역구인 박광온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집회 기조 변경이 여권의 '코인 논란 물타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최근 지도부의 장외(場外) 동원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민주당이 주최한 '검찰독재 규탄집회'에는 박홍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현역 의원 100여 명과 전국 당원·지지자 30만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지난 3월 '대일굴욕외교 규탄집회' 역시 민주당이 시민단체와 공동 주최해 7천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는 3월 집회보다 동원 규모가 작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非)수도권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쿠시마 이슈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제한적인 데다 지도부의 장외투쟁 반복에 대한 당원들의 피로감도 꽤 높다"며 "특별한 전환점이 없는 한 당분간 당 차원의 대규모 집회가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도부의 리더십 위기는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거쳐 '김남국 코인 논란'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지난 주말 열린 민주당 쇄신의총에서 당내 상당수의 의원들이 코인 논란에 대한 이 대표와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으며 김남국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당내 반발에 결국 지난 17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도록 직접 지시했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의 필두인 조응천 의원은 18일 이를 두고도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침)"이라고 비판하며 "(이 대표가) 굉장히 좀 미온적이고 최측근을 두둔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19일 이성만·노웅래 등 '돈봉투 의혹' 관련 의원들의 검찰 조사가 시작된 것도 이재명 지도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성만 의원을 시작으로 내주부터 윤관석 의원 등 돈봉투를 주고받은 혐의가 있는 민주당계 의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수도권 한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가 최소한의 진상조사도 하지 않아 전적으로 검찰이 칼날을 쥐게 된 형국"이라며 "의원들도 누가 걸려들게 될지 생각보다 불안해하는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당내에서는 돈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 등으로 이재명 체제가 당장 급변할 가능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지도부의 무능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면 총선을 앞두고 개별 의원들의 '독자행동'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박광온 원내지도부 등 최근 민주당 내 이재명 지도부를 보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많이 생겨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더 활발히 나오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지도부가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의원들에 대한 영(令)은 더더욱 서지 않을 것이다. 안일보다는 긴장을 더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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