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에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간에 다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날 여야는 간호법 문제 이외에도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하며 강경 대치를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기 안성시에서 가진 청년농업인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아시는 것처럼 간호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 공약에 따라 여야는 상임위(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을 처리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없는데도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약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에 대한 정황을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에 이은 취임 후 두 번째 법안 거부 사례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이와 같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집중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며 간호법 재투표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시위를 열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옹호하며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여야는 이날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했다. 민주당은 이날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해당 법안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의 대출이자를 상환개시 전까지 면제하고 폐업·실직 등을 이유로 대출금 상환을 유예한 경우에도 면제하는 법안이다. 반면 여당은 고소득자(소득 8분위)까지 혜택을 본다며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여당 교육위원들은 이날 표결에 불참한 후 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도 여야 충돌이 있었다. 야당 행안위원들은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행안위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에 '선관위 북한 해킹' 문제에 대한 답변을 강요하자 집단으로 항의했다. 이에 장 위원장이 최근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무소속 의원을 상대로 "아직도 그런 힘이 남으셨나,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지적하자 민주당 위원들이 반발해 회의가 파행됐다.
이 의원과 민주당은 이후 장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장 위원장은 사과하지 않았고, 결국 민주당과 이 의원의 불참으로 행안위는 반쪽 회의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입법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여야 모두 입법 강행과 거부권을 반복하며 총선을 대비한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은 정착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을 두고 여야 간 타협 가능성도 관측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재적 3분의 2 찬성) 때문에 여당과의 (수정안) 협상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의결을 언제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민주당과 계속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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