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올해 1분기에 분기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오는 2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적자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업황 악화로 같은 기간 동안 적자를 기록한 것이 확실시 된 가운데 시장에선 4조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천23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58% 감소했고, 2조8천63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천984억원을 더 하면 두 분기 영업손실액이 5조원을 넘는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 상황이 1분기에 지속되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진 탓이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사업이 분산된 삼성전자에 비해 시장 상황에 따른 타격은 훨씬 더 컸다.
SK하이닉스는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손실이 확대됐다"면서도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2분기에는 매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적자 예고된 삼성전자 반도체…약 4조원대 영업손실 전망
'반도체 쇼크' 여파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한파가 길어지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규모 적자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일 발표된 1분기 잠정실적에서 위기감은 그대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9% 감소한 63조원, 영업이익은 95.75% 감소한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2009년 1분기 5천930억원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사업부가 약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했다. DS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 영향으로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강조해왔던 삼성전자의 태도도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 시 이례적으로 별도 참고자료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흐름에 동참해 감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DDR4 등 중심으로 감산하고, 전체 생산능력(캐파) 중 10~20% 정도 감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고객이 보유한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부터는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 기업들의 재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부터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챗GPT 등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맞춰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 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 D램 업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재고도 2분기까지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고객사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 지속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출하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2분기 실적은 출하 증가 폭 대비 가격 하락 폭이 크기 때문에 전분기 대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메모리 시장…삼성·SK, 추가 감산 여부 주목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SK하이닉스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증권사에서 추정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1조2천21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쇼크 여파로 2분기에 반도체뿐 아니라 전체 적자를 기록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증권사들이 추산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하이투자증권 1조2천860억원, SK증권 6천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4천억원, 삼성증권 2천790억원 등이다. 2분기에 적자를 내면 2008년 4분기(영업손실 9천400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또 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2000년 3분기 이후 2번째 적자 기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대규모 반도체 적자를 스마트폰이 대부분 상쇄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가전, 전장에서 소규모 이익을 낸 결과"라며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전체) 적자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장 반도체가 흑자 전환할 리는 없다"며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에 국한되고, 고객 재고가 일정 소진됐다고 해도 발생 가능한 경기 침체 위기에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탓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앞으로 추가 감산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 수준의 50% 감축한다고 발표했는데,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도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 적자폭이 심화한 만큼 현재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DDR4 제품 중심으로 감산을 선언한 삼성전자도 구체적 감산 규모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공개할 지, 감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이목이 쏠린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실적이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나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부담감이 재차 부각되면 최종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봤다.
또 감산 효과에 관해선 "분기별 공급 과잉폭이 현저히 줄면서 3분기에는 수급이 타이트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비수기로 인한 수요 위축에 따라 공급 과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공급 과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웨이퍼 투입 축소기간과 폭을 더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