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관리법)에 '1호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재의결'을 우선한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수정안이 아닌 원안을 재추진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을 찾아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을 거부하며 국민의 뜻을 무시한 윤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굴하지 않고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기어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230만 농심은 물론 민생을 챙기란 국민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에 임기 첫 거부권을 발동했다. 해당 법안은 현행 재량 사항인 정부의 쌀시장격리를 강제화하는 내용(의무매입)이 골자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넘었으나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꾸준히 거부권 행사가 거론돼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反)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거부권 행사에 따라 양곡관리법은 본회의 통과 12일만에 국회로 되돌아오는 신세가 됐다.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된 법안은 15일 이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송되며, 국회는 이를 재투표한다. 재의결은 재적 과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건이나, 재의결 시 여야 전원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석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이 115석을 차지하고 있어 '200표 찬성'은 명목상으로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의 '재의결'을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 (無記名)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여당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탈표'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의결 투표때까지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양곡관리법이 농가 보호에 필요한 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재투표하게 될 때 반드시 양심에 따라 용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양곡관리법보다 더 강경한 성격의 원안(原案)을 재추진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국회를 넘었던 양곡관리법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반영해 쌀 재배면적 증가시 의무매입에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는데 이를 빼겠다는 것. 민주당 농해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곡관리법 추진 과정에서 김 의장의 중재안이 반영돼 농민단체들의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의 타협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면 원안을 재발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이에 더해 한덕수 총리·정황근 농림부장관 탄핵이라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전날(3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에서 한 총리의 양곡관리법 관련 대국민담화를 두고 "국회와 국민을 능멸한 것으로 마땅히 탄핵 사유"라고 발언했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정황근) 장관도 탄핵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난해와 올해 초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재추진에 우려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됐다면 일단 (법안에) 문제가 없는지 일정 기간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다"며 "특히나 다소 이견이 많은 양곡관리법을 바로 재추진한다면 여론이 많이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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