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단독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국민의힘 불참 속 강행 처리했다. 총 투표수 12표 모두 찬성표였다. 민주당 출신 박완주 무소속 의원도 표결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과방위에서 의결한 방송법 개정안은 석 달 이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국회법상 계류 60일이 지난 법안은 소관 상임위 재적 5분의 3 이상 동의로 본회의 직회부 의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합의를 거쳐 30일 이내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기간 내 부의가 무산되면 부의 여부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결정된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려 다양한 기관·단체 추천을 받도록 하고,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이 참여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신설해 3인 이하 복수로 사장 후보를 추천토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은 방송법 개정에 따라 추천권을 갖는 방송 관련 직능단체에 문재인 정권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민주당이 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노리는 것은 공영방송의 노영방송화"라며 "지금이라도 의회 폭거의 상징으로 기록될 방송법 독단처리에 대해 석고대죄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권은 뺏겨도 공영방송은 뺏기지 않겠다는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뻔뻔한 협작"이라며 "민주당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면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권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빼앗아 좌편향 이익단체, 직능단체, 시민단체에 구성권을 넘기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에 따라 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는 방송 관련 직능단체와 시청자위원회,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는 문재인 정권 시절 임명된 좌파 성향의 언론인들로 포진돼 있다"며 "공영방송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영영 회복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송법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의회 폭거로 방송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이 공영방송에 정치적 영향력을 덜어내고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인 만큼 처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이자 과방위원인 고민정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의 의도는 방송을 정권의 손 안에 넣고 쥐락펴락하겠다는 것이다. 방송법 입법 완수로 공영방송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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