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핵심 소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높아 배터리의 가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4대 소재 시장 규모는 549억 달러(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 소재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25년 934억 달러(121조원), 2030년께는 1천476억 달러(19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대 소재는 전체 배터리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특히 이들 소재 중 양극재가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양극재 비용에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4대 소재 시장에서 공급업체의 국가별 점유율은 한·중·일 3개국이 절대적이다. 특히 중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지난해 소재별 중국 업체의 생산 점유율은 양극재 60%, 음극재 84%, 전해액 72%, 분리막 68%에 달한다.
한국의 배터리셀에 주로 사용되는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시장에서는 한국의 에코프로비엠이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미코어(벨기에), XTC(중국), LG화학(한국), 롱바이(중국) 등 순이었다.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는 중국 업체가 1~5위를 싹쓸이했다.
배터리 소재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리튬과 니켈 등 핵심 원자재 확보 등 밸류체인(공급망)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 다수의 광물 업체와 리튬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컴파스미네랄과 2025년부터 6년간 탄산리튬 약 1만1천 톤(t)을 공급받기로 했다. 캐나다 아발론, 스노우레이크와는 수산화리튬 25만5천 톤 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호주 시라(천연흑연), 캐나다 일렉트라(황산코발트) 등과도 원자재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LG화학은 최근 미국 광산업체인 피드몬트리튬과 20만 톤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맺었다. 북미산 리튬 정광을 확보한 것은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중 처음이다.
SK온도 원자재 확보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호주의 자원업체 레이크리소스 지분 10%를 사들였고, 내년부터 리튬 23만 톤을 장기 공급받기로 했다. 한 달 뒤인 11월에는 칠레 SQM과 올해부터 5년 동안 리튬 5만7천 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와는 인도네시아에 연산 3만 톤 규모의 니켈 공장을 짓기로 했다.
포스코그룹도 니켈과 리튬 등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자회사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와 향후 10년간 40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니켈 22만 톤, 리튬 30만 톤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뉴칼레도니아에 연산 2만 톤 규모의 니켈 정제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 업체인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근처에 연산 2만5천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호주 광물업체인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어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소재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공급망 구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IRA에 따르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생산하는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사용하는 기업에 한해 보조금,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SNE리서치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진출과 함께 소재 업체들도 동반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 시장을 선점하는 소재 업체들이 업계 구도를 새로이 재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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