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 약화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MX(모바일 경험)사업부의 원가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AP 단가 상승, 고환율 등의 여파가 반영된 탓도 있지만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이 약화된 것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9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9.9% 늘어난 9조3천138억원을 기록했다. DX 부문 전체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8%로, 카메라 모듈·디스플레이패널 등을 제치고 가장 컸다.
모바일 AP 가격도 전년 대비 약 77% 상승하며 원가 부담을 키웠다. 전년 동기 인상 폭은 19.0%로, 이를 4배나 상회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 부담이 커진 이유로 퀄컴 AP인 '스냅드래곤'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자사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자체 칩셋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병행 탑재했으나, 지난해 초 '엑시노스' 성능 문제가 불거진 후 퀄컴 의존도를 높여왔다.
실제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퀄컴 '스냅드래곤'의 제품 탑재 비중은 75%였다. '엑시노스2200'은 유럽 일부 지역 제품에 적용됐다. 하지만 '엑시노스2200'이 탑재된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성능 문제로 여론이 악화되자, 올 초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에선 '엑시노스'를 퇴출시켰다.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스냅드래곤8 2세대' 모델이 전량 채택됐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4·플립4' 등 폴더블 스마트폰에는 퀄컴 '스냅드래곤'만 탑재됐는데, 판매 호조와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퀄컴에 지불한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퀄컴에 가격 협상 주도권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또 '스냅드래곤'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1년 MX사업부에서 총 13조6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에는 11조3천800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엑시노스' 혼용이 비교적 잘 이뤄졌던 2018년과 2019년 3분기의 경우 삼성전자의 AP 구매 비용은 2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엑시노스'의 경쟁력이 떨어졌던 2020년 3분기에는 4조원 중반대로 크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난해 77%나 모바일 AP 가격이 증가한 건 바잉 파워(구매력)가 약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엑시노스' 탑재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퀄컴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에는 일부 채택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절대적인 성능 면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밀리다 보니 플래그십 시장에선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스냅드래곤'만 탑재된 '갤럭시S23' 시리즈가 역대급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내 '엑시노스'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는 중저가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1380·1330'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모양새다. 샘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공개한 중저가 AP인 엑시노스 1380·1330을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A54, A34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로 5위에 올랐다. 미디어텍이 35%로 1위, 퀄컴이 31%로 2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애플(16%), 유니SOC(11%)가 이었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 AP 시장 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렸지만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이후 자체 스마트폰인 '갤럭시S23'에 '엑시노스'를 적용하지 못하면서 올해는 점유율 상승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MX사업부를 주축으로 지난해 말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해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 착수했다. 또 AMD, ARM에서 핵심 개발자들도 영입해 내부에 CPU 최적화 전담팀도 꾸렸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은 퀄컴이, 중저가에선 미디어텍이 앞서나가고 있는 상태로, '엑시노스2200'의 실패 후 삼성전자의 시장 내 위치가 애매해졌다"며 "삼성전자가 최근 시장 영향력 확대 측면에서 중저가형 AP 출시에 우선 나서긴 했지만,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큰 이점을 보이지 않는 이상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가져오긴 쉽지 않을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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