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野 '내부균열'…이재명, '식물 대표' 위기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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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비명 사흘째 '대치'…'전당원 투표'엔 손사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놓고 사흘째 내부갈등을 표출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탈표 결집을 주도한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공격했으며, 비명계는 '이재명 방탄'에 대한 피로감을 내세워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적절한 수습책을 내지 못할 경우 '식물 당대표'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친명계 핵심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대비해) 의원들 간 충분한 소통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체포동의안 이탈표를 주도한 당내 일부를 비판했다. 그는 "여러 의원들이 '무효나 가결 표를 내달라'는 전화를 적게는 한 통화에서 많게는 세 통화를 받았다고 하셨다"며 " 앞에서는 부결한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비밀스러운 행동으로 표를 모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올바르지 않은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명계 조응천 의원을 겨냥해 "당대표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다음번 체포동의안은 가결'이라고 말하는 식의 정치가 과연 올바른지 조 의원에게 물어봐 달라"며 다음번 체포동의안 표결 시에 '권고적 당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에서 "(의원들이) 다들 이 (방탄) 프레임에 갇힌 것에 굉장히 갑갑해한다. 정부·여당에 견제구를 던져도 전혀 먹히지 않는 상황에 굉장히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실론을 제기했다. 이어 친명계의 '조직적 이탈표' 주장과 관련해 "(내년 총선) 경쟁력 등을 놓고 의원들이 여러 가지 염려를 한 것"이라며 "그 고뇌의 흔적들이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개딸(개혁의 딸)' 등 친명 지지자들의 '반란표 색출' 움직임에 "국회법상 비밀 무기명 투표인데 그걸 가지고서 지금 '색출', '살생부'라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민주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개딸 등의 행보를 일본 에도막부 시기 가톨릭 신자 숙청에 사용됐던 '십자가 밟기(후미에)'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 의원과 이 의원 모두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제1야당의 내전이 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총회 또는 필요하다면 워크숍 형태의 행사로 의원들 간 소통과 단합을 도모하자는 방안이 나오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검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1일) 이 대표의 거취를 전(全) 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남국·조응천·이상민 의원 모두 이날 '현실성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 당원 투표로 (이 대표의) 재신임을 결정해봤자 믿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을 것"이라며 "그런 나이브(순수)한 방식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그의 당내 장악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3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상황에서 대표와 지도부의 영(令)이 서긴 전보다 어려워졌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분당(分黨)은 고사하고 이재명 대표가 '식물 당대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대통령 레임덕(임기 말 지지율 하락 현상) 전에 야당 대표 레임덕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내일(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한다. 대선후보 활동 당시 방송 인터뷰·국정감사장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 등의 허위발언을 한 혐의다(허위사실공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위해 최소 세 차례 이상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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