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로 인한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내부 이탈표로 인한 '턱걸이 부결'에 당이 갈등 조짐을 보이자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결단만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턱걸이 부결' 사태를 두고 이 대표와 지도부 비판에 나섰다. 그는 "그 정도의 숫자(이탈표)는 저도 예상을 못 했다"며 "당을 우려·걱정하는 목소리나 생각들이 상당하다. 이 사태를 해결하고 당이 온전하게 발전하려면 사태를 엄혹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거취 문제를 앞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며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27일 국회에서 실시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무효 11표, 기권 9표의 결과로 부결(과반 득표 미달) 됐다. 당 지도부는 170표 이상의 부결표를 자신했으나 결과는 30여표에 달하는 '반란표'였다.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고민정 최고위원부터 27일 "저를 포함한 지도부에 대한 경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재명 대표 측 강성 지지자들은 '수박(이재명 대표에 비판적인 당내 인사를 일컫는 은어) 사냥'에 돌입했다. 이들은 과거 설훈·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의원 30여명을 이탈표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차기 공천 배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지자들이 개별 의원에 대한 '문자공격'도 개시하자 일부 의원들은 '부결에 투표했다'고 자백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지도부는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어제의 일로 당이 더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고 화합을 주문했다. 당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어떤 경우에도 분열은 막아야 한다. 이견이 있다면 수면 위로 올라와 민주당답게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처럼회'(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일원인 최강욱 의원은 라디오에서 강성 지지자들의 과격 행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내 갈등을 수습할 사람은 이재명 대표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량 이탈표가 나온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손상된 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반대파와 솔직하게 소통하고 결단할 건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회복할 수 있다. 이제는 이재명의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 방문 후 체포동의안 결과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을 잡느냐는 문제보다 물가 잡고 경제 개선하고 사람 삶을 낫게 만드는 문제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내일(1일) 3·1절 기념식 외에는 별다른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 4월경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민주당 회복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차기 원내대표만큼은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덜한 중립적인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원내지도부가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당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당장의 지도부 교체가 어렵다면 원내지도부 만큼이라도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말 경쟁자인 박광온, 이원욱 의원 등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친명계로 분류되며 원내대표 임기 중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등을 주도한 바 있다.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으로, 민주당은 내달 말~4월 초께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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