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경고에 日 임금 인상 열풍…도요타·혼다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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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 덮친 영향

[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선진국 중 임금이 가장 안 오르는 나라로 꼽히는 일본에서 기업들이 급여를 크게 올리고 있다. 통상적인 노사 관계라면 사용자 측은 어떻게든 임금을 덜 올리려고 하는데 상황이 반대인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영국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은 오는 4월 도요타 사장에 취임하는 사토 고지 집행 임원이 전날 노사 협상 후 "임금과 상여금을 노조 요구대로 인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TSE)에서 2022년 거래 마감을 알리는 대납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TSE)에서 2022년 거래 마감을 알리는 대납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 측은 "(임금 인상 폭은) 과거 20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상 폭은 밝히지 않았다.

혼다도 전날 노사 협상에서 기본급을 포함해 월 1만9천엔(약 18만원)의 임금 상승에 합의했다. 기본급 인상액인 1만2천500엔(12만원)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FT는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움직임은 지난 30년 동안 임금이 정체된 일본에서 다른 회사들이 임금 인상 추세를 따르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열풍은 본격화된 분위기다. 일본 유명 전문소매점(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과 게임 업체 닌텐도가 임금 인상을 발표한 데 이어 일본 최대 음료 회사인 산토리 홀딩스는 노사 협상을 앞두고 임금 6% 인상안을 선수 쳐 제시했다.

마스크를 쓴 일본인이 도쿄의 한 증권 회사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스크를 쓴 일본인이 도쿄의 한 증권 회사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계는 오랜 기간 제자리에 머물렀던 신입사원 임금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일본 3대 은행 중 미즈호은행은 내년 신입 사원 급여로 기존보다 5만5천엔(53만원)이 오른 26만엔(250만원)을 책정했다.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은 올해부터 5만엔(48만원)을 올린 25만5천엔(245만원)을 지급한다. 지난 2011년부터 20만5천엔(197만원)으로 동결된 신입 급여를 대폭 조정한 것이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는 이유는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지난달 4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임금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재계에 "물가 상승률을 넘는 임금 인상을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30여년째 임금이 제자리였던 일본에서 정부가 임금 인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급여를 올리는 것이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2021년까진 임금이 안 올라도 물가도 거의 오르지 않아 견딜 만했지만 지난해부턴 원자재값 상승과 엔저 현상 등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 물가 상승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수준이 물가 상승 폭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MUFG 증권은 일본 기업들의 올해 평균 임금 상승률이 연공서열에 따른 연간 증분을 제외하면 약 1.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FT에 따르면 이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큰 인상이지만, 일본은행이 제시한 3%보단 낮은 수치다.

/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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