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 내 청소년들 사이에서 차량 절도가 놀이처럼 번지며 피해가 커지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결국 차량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차량 절도 피해자들의 소송과 지자체에서도 잇달아 현대차와 기아를 대상으로 소송에 나서고 있고, 일부 보험사들은 해당 차량의 보험 가입도 거부하고 있어 현지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중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약 830만 대의 차량에 대한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료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된 차량은 시동 스위치에 열쇠가 꽂혀있어야만 시동이 걸리게 되고, 도난 알람의 길이가 기존 30초에서 1분으로 늘어난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등에 특수 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고, 이 암호 신호가 엔진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도난 방지 시스템이다.
지난 2020년 말부터 미국에선 현대차와 기아 구형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절도가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등에서 USB 케이블을 이용해 이모빌라이저 미장착 차량을 훔치는 수법을 공유하는 영상이 유행처럼 번졌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를 따라 하는 소위 '기아 보이즈', '기아 챌린지'라 불리는 범죄 놀이가 유행처럼 번졌다.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는 대부분 기본 사양에 포함됐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까지 일부 모델에서 이모빌라이저를 옵션(선택사양)으로 분류했다.
문제가 돼서 이번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상이 된 차량은 2017~2020년 미국 엘란트라, 2015~2019년 소나타, 2020~2021년 베뉴 모델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원(IHHS)와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원(HLDI) 등에 따르면 2015~2019년 현대차와 기아 모델은 비슷한 사양의 다른 차량보다 도난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1월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도난 사고가 급증하면서 소비자와 지자체들이 잇달아 두 회사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당국은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에 절도 방지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도난 사고가 급증하고 납세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시애틀 당국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도난 건수는 2021년부터 2년 사이 각각 503%, 363% 급증했다.
그에 앞서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주리, 캔자스 등지의 차주들도 작년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결함으로 도난을 당했다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등 지방자치단체도 소송을 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보험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와 스테이트팜(Statefarm)은 콜로라도주 덴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등에서 도난 방지 기능이 없는 현대차와 기아 특정 모델의 보험 가입을 받지 않고 있어 논란도 일고 있다. 두 보험사는 기존 가입된 보험은 해당 기간까지 유효하지만 차량 절도 문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신규 보험 증서 발급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11월부터 무료로 차주들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제공하고, 도난 방지를 위한 보안 키트를 제공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로 확산한 차량 절도를 방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