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반도체 패키지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반도체 패키지는 삼성뿐만 아니라 TSMC, 인텔 등도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반도체 업체들의 격전지가 된 양상이다.
이재용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연구·개발(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점검했다.
이날 이 회장은 고대역 메모리(HBM), 웨이퍼 레벨 패키지(WLP)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봤다.
이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3년 전에도 온양 캠퍼스를 공개 방문했을 정도로 패키지 사업에 애착을 보여주고 있다.
패키지 사업에 이 회장이 이처럼 드라이브를 거는 건 성장성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패키지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4.84% 성장해 2024년 849억 달러(약 1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이뤄진다. 전공정은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가공하는 방식이다. 패키지는 후공정으로 제조된 반도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포장하고 반도체 회로에 있는 전기선을 외부로 연결하는 공정이다. 이를테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D램, 낸드플래시를 하나로 묶어 부피를 줄이고 속도를 향상시키는 식이다.
그동안 패키지는 반도체 제품을 출하하기 위한 단순한 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반도체 회로 선폭이 3나노미터(nm) 이하로 줄어드는 등 나노 공정에 한계가 오면서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자체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어렵다보니 다양한 반도체를 한 데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에 힘을 쏟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들이 주력이었던 패키지 시장을 대형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나 반도체 종합기업(IDM)이 노리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는 패키지에 적극적이다. 대만 남부에 6번째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과 협력도 확대해 이바라키현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내에 370억 엔(약 4천억원)을 들여 패키지 R&D 센터를 짓는다.
TSMC는 패키지 기술력에서도 선도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12년 칩 온 웨이퍼 온 기술을 통해 4개의 칩을 통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TSMC는 완성된 반도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닌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전공정 단계에서부터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반도체 제작과 패키징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판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천안 패키지 라인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능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어드밴스드 패키지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첨단 패키지 사업 확대와 사업부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로직 반도체와 HBM를 평평한 판 위에 얹는 2.5차원(2.5D) 패키지,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만든 로직 집적회로(다이) 위에 메모리(SRAM)를 올리는 3D(엑스큐브) 패키지 기술을 갖고 있다.
인텔도 패키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패키지 설비에만 47억5천만 달러(약 6조원)를 투자했다. 패키지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뉴멕시코 후공정 공장에 35억 달러(약 4조3천억원)를 투자해 증설에 들어갔다.
인텔은 웨이퍼에서 칩을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짓듯 위로 칩들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포베로스'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기술을 고도화해야 하면서 규모가 큰 반도체 업체들도 관련 기술 개발게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다양한 기능을 가진 반도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패키지가 반도체 업체의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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