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금융위원회가 애플 단말기를 통한 비접촉식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사용을 허용한 가운데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애플코리아도 이를 공식화 했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삼성페이' 사용에 익숙한 국내 '갤럭시'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갈아타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애플코리아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지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애플페이는 결제칩이 휴대폰에 내장돼 실물카드 없이도 결제를 가능하게 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지난 2014년 출시돼 70여 개 국가에서 5억 명이 넘게 쓰고 있으며, 지난 2021년 기준 결제 규모는 6조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비자가 10조 달러로 1위, 애플페이가 2위다. 삼성페이는 2천억 달러 수준이다.
애플페이는 최근 금융위원회(금융위)의 국내 서비스 출시 허가를 받은 상태로, 이르면 3월 초부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가능한 카드는 당분간 현대카드로 제한된다. 금융 당국 심사 과정에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대한 국내 배타적 서비스 사용권을 포기해 다른 카드사들도 서비스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별도 계약을 맺은 카드사가 현대카드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이용자들은 당분간 NFC 단말기가 있는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NFC 결제 방식이 통용돼 있는 반면,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약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애플페이의 파급력, 현대카드의 단말기 설치 지원 등에 따라 NFC 단말기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현대카드 측은 이달 중순까지 NFC 단말 보급처를 확대하고, 이달 말부터 현장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2% 수준이다.
업계에선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 삼성 '갤럭시'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에 변화가 생길 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70%, 애플이 20%중후반대를 기록 중으로,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가 유일하다.
일단 Z세대가 애플페이 도입 후 나중에 '아이폰'으로 갈아타겠다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선 삼성전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활 정보 공유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 개발사 비누랩스가 최근 애플페이가 Z세대의 스마트폰 구매 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애플페이 서비스 설명 제시 후 현재 갤럭시 사용자 중 향후 아이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힌 Z세대 비율은 26%에서 36%로 10%포인트 증가했다.
또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Z세대의 아이폰 재구입 의향은 애플페이 서비스 설명 후 설명 전대비 3%포인트 증가한 98%를 기록해 높은 충성도를 유지한 반면,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는 Z세대의 경우 재구입 의향이 애플페이 서비스 설명 후 10%포인트 하락해 64%의 재구입 의향을 기록했다. 향후 대학생 대상 애플 브랜드 강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 유무는 최근 스마트폰 구매 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그동안 아이폰 이용자가 갤럭시로 넘어가고 싶어도 간편결제 서비스의 편리함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에 다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골목상권 등의 소형 가맹점까지 NFC 단말기 보급이 이뤄진다면 삼성페이와 갤럭시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애플페이가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애플페이가 도입된다고 해도 사용성, 편의성 측면에서 삼성페이에 비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모두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 중에서도 비자, 마스터카드 등 해외 겸용 카드만 이용 가능하다. 또 교통카드는 아직 지원이 안되지만, 이후 티머니·캐시비 등 교통카드 회사들이 애플과 계약을 맺는다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NFC 보급률이 낮은 상태로, 현재 즉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곳은 전국 편의점·대형 백화점·대형 카페·이마트 등에 한정된다. 국내 대부분의 매장은 삼성페이가 가능한 마그네틱보안전송(MST)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있다고 해도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선 여전히 실물 카드가 필요하다"며 "편의점· 대형마트·백화점 등으로 제한된 애플페이 사용처 확대도 기대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추정치만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단말기 설치 보상금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수수료를 고려하면 카드사엔 남는 장사가 아니란 점에서 다른 카드사들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단말기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는 크지 않다"며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가 별도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도 이미 결제 수수료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내 카드사들이 선뜻 나설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애플페이 도입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애플페이가 도입된 초반, 시장의 많은 관심이 쏠릴 수는 있으나 실제로 애플페이로 인해 기기를 변경하는 사람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