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월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안전 관련 부처의 총책임자로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함에도 참사 100일이 지나기까지 거취 표명이 없다는 이유다. 여론은 민주당에 다소 우호적이나 일각에서는 '정치적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 추진과 이상민 장관 탄핵 문제를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수진 대변인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을 좀 더 수렴한 뒤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2월 중"이라는 시점까지 명시했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100일을 눈물로 지새운 유가족과 생존자를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이젠 입법부인 국회가 이태원 참사 총괄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 문책에 직접 나서 정부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야당은 현재 이 장관 탄핵을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한 상황이다. 김영호·강득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50여명은 전날(1일)부터 국회 내에서 이 장관의 파면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릴레이 농성을 개시했다. 이들은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돼가는데도 단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이상민 장관에게 여러 면죄부를 주며 시간을 끌어왔다"며 "이젠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에 예고한 검찰·윤석열 정권 규탄집회에서도 이상민 장관 해임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은 이태원 참사 100일이기도 하다. 또한 6일부터 있을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이 장관의 파면을 주장하며 대여 압박을 강화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까지는 난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은 어쨌든 이 장관의 사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민주당이 여론을 내세워 탄핵소추안 자체는 무리 없이 통과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이상민 장관 사퇴에 찬성하는 비율이 48.7%를 기록해 사퇴가 불필요하다는 응답(45.7%)보다 높았다(지난달 18~20일, 성인 1천명 대상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또한 민주당은 지난해 말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전력도 있다.
다만 민주당이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할 경우 역풍에 노출될 가능성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의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진 못했다. 신 교수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장관이 직무정지 상태가 되는데, 다른 사람을 임명하지 못해 공백이 길어지면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에서 이상민 탄핵, 김건희 특검 등이 자칫 '이재명 방탄'으로 비칠 수 있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장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이후에 있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연출되는 것도 부담이다. 탄핵심판의 국회 측 대표(탄핵소추 위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다. 최근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이를 겨냥해 야당 의원도 탄핵소추 위원이 될 수 있도록 국회법,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박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든 다른 방식이든 의원들에게 한번 더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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