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보험 1년…빅테크 공세에 '헬스케어'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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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건강관리 잰걸음…공공의료정보 없어 여전히 반쪽

[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은행·카드·보험 등 곳곳에 흩어진 자신의 금융정보를 한 번에 관리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가 열린 지 1년이 됐다. 보험사도 빅테크에 맞서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생명·손해보험사 중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곳은 세 곳이다. KB손해보험과 교보생명이 발 빠르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왼쪽),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왼쪽),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 KB손보 고객 건강점수 관리…교보·신한도 서비스 구축

지난해 7월 KB손보는 고객의 건강검진 이력 정보에 기반한 '마이건강' 서비스를 확대·개편했다. 건강검진 이력을 바탕으로 산정된 점수와 검진 내용 확인,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고객의 미래 건강 점수를 높이도록 관리해주고 있다.

김기환 KB손보 대표는 올해 디지털 신사업 키워드를 '건강 자산관리'로 제시하고, 디지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상반기엔 헬스케어를 일반 고객 서비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헬스케어 플랫폼인 '오케어(O-Care)'에서 건강 점수 확인 등을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2월 업계 처음으로 시작한 이후 새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달 중 금융과 건강 관리에 포커스를 맞춘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의 건강 정보 데이터를 통해 생애주기별 건강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는 빅테크 등 디지털 기업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데이터 확보와 활용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 보험 비즈니스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신규 사업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개방형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한 신한라이프도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최승환 신한라이프 디지털혁신그룹장은 "보험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과 헬스케어를 융합한 고객 생애주기 맞춤형 서비스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생명·화재, 소나기 맞은 김에 슈퍼 앱 '모니모' 총력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카드·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 데이터를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삼성생명·화재는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주요 서비스를 한데 모은 슈퍼 앱 '모니모'로 뭉쳤다.

삼성금융 계열사 고객의 금융 데이터만 모은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다. 삼성생명이 암보험금 미지급 건과 관련해 중징계를 받아 삼성카드 등 삼성생명 자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영향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사 모바일 앱에서 제공한 질병·상해 보험금청구, 보상명세 확인과 보험계약대출 신청 등 서비스를 모니모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모니모 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 보험 서비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앞서 삼성생명도 모니모 출시를 계기로 지난 9월 보험금 청구, 보험료 납입, 보험계약대출 신청 등 7개의 서비스를 통합했다. 올해 초에도 추가 통합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금융사들의 목표는 빅테크에 맞설 슈퍼 앱을 만드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구축을 위한 제도 지원에 나서면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삼성금융네트웍스 이용자의 금융 정보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한계가 있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진출에 재도전해 성공하면, 통합 앱과 시너지 효과가 작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공공 의료 데이터 없는 헬스케어의 딜레마

보험사들은 생애주기별 건강 관리를 해 준다는 점을 앞세워 보험업만의 마이데이터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이 제한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보험사들은 건강관리 콘텐츠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서비스는 고객에게 유의미한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통해 개인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공유받아야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제한되고 있다. 심평원의 제한된 데이터만으로는 개인화한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공공 의료 데이터는 이차 활용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라면서도 "주요 이해관계자 간 신뢰와 협력이 부족해 영리 기업의 이용자가 공공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들의 정보제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험업에선 퇴직연금과 공적연금 정보, 계약자·피보험자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한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도 보험사들의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 기반을 조성하고 공공 마이데이터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사가 개인 건강 정보와 전염병 전파 정보·미세먼지 수치 등 공공기관 정보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돕는다. 개인별 최적화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래에셋생명 등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경쟁이 점차 심화할 것"이라며 "각 회사만의 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선 공공 의료 데이터를 개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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