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파악한 죄? 손태승 징계 의결 과정 소수의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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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위험 파악 못한 B사엔 징계 없어 논란

|금융위 위원 "우리금융 '부당 권유' 요건 부합 안 돼"

|금융당국 "CEO 제재 받아야 해, 손태승은 좋은 선례"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라임 펀드 관련 중징계 논의 과정에서 제재 사유였던 '부당 권유' 조건이 온전히 성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증거로 제시한 WM그룹장의 자백이 증거 능력으로 불충분하고, 다른 금융회사와의 형평성 논란도 우려된다는 이유다.

10일 금융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9일 이뤄진 제20차 정례회의에서 한 위원은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는 오랜 기간, 대규모로 이뤄지며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사회적인 파장도 매우 컸다"면서 "이런 사안엔 손 회장이 굉장히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앞으로는 CEO들도 제재받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도 "감독 당국이 제재할 경우 과중한 처분이 됐다는 부분이 논점 중의 하나인데, 불필요한 논란 방지를 위해 CEO에 부당 권유로 책임을 묻는 방식을 일관되게 가져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금융위원회 간판 현판 이미지. [사진=아이뉴스24 DB]
금융위원회 간판 현판 이미지. [사진=아이뉴스24 DB]

금융위는 이날 다수 위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부당 권유'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 처분을 의결했다.

라임 사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모펀드 4개·자펀드 173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투자자들의 환매 중단 피해액은 1조6천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3천577억원의 라임 펀드를 판매했고,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판매과정에서 '부당 권유'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소영 부위원장, 권대영 상임위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위원, 김용진 위원이 참석했다.

◆ 제재 형평성 논란, 몰랐던 금융사엔 관대

문제는 제재의 형평성이다. 우리은행은 라임 펀드의 리스크를 인지했고, 신한은행은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판매를 강행했다고 판단하면서, 신한은행은 부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시스템 부재를 문제로 삼지 않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례회의에서 "B 금융회사(신한은행)는 리스크인지가 간접적이라, 언론보도를 통해 리스크를 인지했다"면서 "우리은행은 약 1개월에 걸쳐 리스크를 인지했는데도 거래 지속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우리은행에 대해, 부진정·부작위 개념으로 적극 해석해 제재하는 것이 감독 당국의 역할이며 행정처분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위원은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한 신한은행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우리은행이 신한은행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을 하시는 데 그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은행은 최소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것도 문서로 남아있지만, B 금융회사는 문서도 없다"고 말했다.

◆ "몰라도 문제…그에 맞는 제재 필요해"

문책 경고의 사유인 '부당 권유'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른 위원은 "자본시장법 제49조가 부당 권유에 대한 조항인데 입법 취지상 부작위를 규율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고, 이에 대한 판례나 행정 제재와 선례 등이 없어 요건 사실이 잘 부합되는 것 같지 않다"고 발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고도 했느냐, 모르고 했느냐의 여부인데, 통상 고의에 대한 비난이 더 크지만,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제외되는 것도 문제"라며 "그에 맞는 제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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