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검찰 출석은 거부했지만 숙고 끝에 검찰 조사 자체는 응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그간의 수세에서 벗어나 '사법리스크' 정면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비이재명계)를 끌어안는 행보를 보이며 '단일대오'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1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했다. 지난 23일까지만 해도 "대통령 가족에게나 물으라"며 검찰 조사 거부를 시사한 이 대표였다. 그러나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검찰 조사 자체는 협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초 검찰이 요구한 28일 출석은 거부했으나 변호인·검찰과 논의한 후 조사 방식과 시점을 다시 정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원래 검찰 규칙에도 조사 방식이나 시기는 (대상자와) 협의하게 돼 있다"며 "서면·출석 등 구체적인 문제는 검찰과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검찰 조사가 가시화되면서 민주당도 내부단결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온라인을 통해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검사들의 이름과 사진을 배포하며 지지층 결집을 부추겼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 '좌표찍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박찬대 최고위원과 당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회는 이날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선 검사에 관한 정보를 더 공개해야 한다"며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응수했다. 다만 당내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만은 이날 검사 신상 공개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비명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정태호 의원을 각각 당 고문직과 민주연구원장에 지명하며 통합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당 회의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판하며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형기 만료를 5개월 앞둔 김 전 지사는 'MB 사면에 이용되지 않겠다'며 사면을 거부했으나 법무부는 지난 23일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연말 사면 대상에 낙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중대 범죄자를 풀어주려고 야당 인사를 들러리로 내세우고 있다"며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특혜 사면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친노·친문 적자로서 당내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김 전 지사를 끌어안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새해 첫 주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을 예고하며 당내 단결 행보를 이어 나갈 전망이다. 다만 안호영 민주당 대변인은 '당대표가 되면 연례적으로 하는 행사'라며 지나친 해석은 경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이 내부 결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향해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 각오로 당당하게 수사에 대응해야 당의 단결도 가능하다"는 말을 남겼다. 당의 검사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좌표찍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라며 이 대표와 지도부의 편을 들었다. 박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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