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국민의힘이 전날(15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예산 최종 중재안을 돌연 보류하면서 여야 간 새해 예산안 협상이 다시 암초를 만났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 폭이 너무 작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민생예산, 국민감세안 등 '민주당표 예산' 반영이 쟁점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예산 '샅바싸움'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여의도 일각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진표 중재안' 수용 잠정 보류를 선언했다. 앞서 김 의장은 같은날 여야 예산안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 쟁점이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고(25%→24%)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민주당이 위법성을 주장하는 일부 정부기관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애초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절대 불가'를 선언했던 민주당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제시한 지 5시간여만에 수용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재안이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이같은 결단을 내리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발표 이후 2시간 만에 '수용 유보'를 선언하며 "언 발에 오줌누기식 법인세 인하로는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여당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의 지역화폐·공공임대주택·노인일자리 예산 증액 요구에 대한 성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 중재안 수용 기자회견에서 "의장과 정부도 민주당 측 제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중재안을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증액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방만 재정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또다시 자신들이 하고 싶은 포퓰리즘 정책에 많은 예산을 쓰자고 하고 있다"며 "자신들 집권 5년 동안에도 안했던 선심성 예산을 이 정부에서 하자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 당으로서는 민주당의 요구를 다 받긴 어렵다"며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추가적인 조정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의 협상 계속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심사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실이 국회 협상을 폄훼하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국회가 대통령의 일방 요구에 그대로 따를 거면 삼권분립은 왜 있고 민주주의는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여야는 현재도 예산안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끝을 모르고 길어지는 협상에 여의도 내에서는 '볼멘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예산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개별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 연말 의정홍보 활동 모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이 추진하려는 사업과 관련해 원내대표에게 모두 결정권을 일임한 상황"이라며 "그 때문에 연말 의정보고서 작성 등 홍보 계획도 계속 밀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이 마무리돼야 국회의 한 해 농사도 끝나는 것"이라며 "빨리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와 만나 금주 주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한 후 최소한 내주 월요일(19일)에는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당부했다. 의장은 "내가 제안한 중재안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양당 간 쟁점이 크지 않다고 본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야를 독려했다.
주호영·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협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여당 원내관계자는 통화에서 "연말까지 예산 협상이 길어지는 상황은 양당 모두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마음은 같다"고 부연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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