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수습 기자]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지난달 광고 요금제 첫 선을 보인 후 국내 OTT 업계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 중인 가운데, 광고 요금제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급물살을 타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4일 중간 광고 시청을 전제로 한 저가 요금제 '광고형 베이식(월 5천500원)'을 국내 출시했다. 넷플릭스의 기존 최저 구독 요금제가 월 9천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시간당 평균 4~5분 가량의 광고를 시청하기만 하면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빨리감기·동영상 다운로드·동시 시청 기능을 사용할 수 없고 일부 라이선스 문제가 있는 콘텐츠들도 시청 불가하다. 최고 화질도 720p 수준으로 제한된다.
OTT 업계에서 1위 입지를 자랑하는 넷플릭스는 올해 처음으로 구독자 수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에는 20만명, 2분기 97만명이 줄어든 것. 넷플릭스의 수익 모델은 유료 가입자들에게서 얻는 월 정액료가 대부분으로, 광고 요금제는 더 이상의 구독자 유출을 방지하면서도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새롭게 제시된 비즈니스모델(BM)의 일환이었다.
넷플릭스 측은 "(광고요금제가) 다양한 회원분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세부 내용에 대해서 설명 드리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공식적인 실적 지표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최근 '딜북 서밋'에서 "광고 채택을 꺼린 것은 잘못된 것이며 더 빨리 도입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발언하며 광고 모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광고 요금제 도입이 한 달여를 맞았지만, 국내 OTT업계는 사안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눈치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글로벌 1위 기업인 넷플릭스의 수순을 당장 똑같이 밟기는 어렵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익 모델은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서비스를 시작으로 유료로 전환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넷플릭스는 반대로 유료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고 광고로 가는 형태(무료 서비스)"라며 "국내 업계선 추가 요소가 생기지 않으면 이용자 수가 많다고 무조건 잘 된다는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OTT 서비스를) 유료 구독하고 있는 환경에서 광고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OTT를 안 쓰는 분들이 추가로 유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구독자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게 되면 광고 매출이 늘더라도 전체적인 구독 매출은 줄어들 수 있는 문제도 있다"며 "접근 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도 "넷플릭스는 이미 (업계서) 정점을 찍고 새로운 시장 확대를 위해 서비스 모델을 도입한 것이어서 목적상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도입 여부를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도입 시 시기나 형태가 어떨지에 대해선 계속해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광고 요금제가 OTT업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실상부 '시장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내놓은 변화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것. 다만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문행 수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스템에서 유료화시킬 수 있는 수입원을 새롭게 도입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지만, 다른 OTT 업체들도 넷플릭스가 어떻게 하는지를 주의깊게 볼 것"이라면서 2000년대 초반 SBS의 VOD 유료 서비스 출시를 예시로 들었다. 이 교수는 "인터넷이 '무료'라는 인식이 강했던 2000년대 초반, SBS가 2003년에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vod 유료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며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으나 시작된 흐름을 MBC와 KBS 등 타 지상파 방송사도 거스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요금제 인상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었지만, 지인들과의 쉐어를 통해 요금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게 강력한 이탈이 있진 않았다"며 "또 그만큼 유저들의 콘텐츠 충성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는 OTT 사업자 중 가장 강력한 사업자이고, 수용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사업자"라며 "광고 도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OTT로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부담감은 있겠지만 실제로 수용자들에게 인정이 되면 (타 사업자가)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용자들의 저항감을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이 교수는 이번 광고 요금제 출시 등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꾀하는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OTT들의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OTT들은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 아직 약하기 때문에 글로벌 입지도 부족하다"며 "우수한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요금제 도입 전반에 대해서는 "광고 요금제부터 도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순 없고, 편리성과 콘텐츠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 "국내 OTT가 광고를 도입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엿본 후 진출이 확실히 해결된 후 시작될 것"이라며 "광고 도입의 시기는 그런 점에서 많이 늦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요금제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가겠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1일 IHQ의 OTT 서비스 플랫폼 '바바요'가 구독자 수 30만명 돌파를 맞아 서비스 개편을 선언, 국내 OTT 플랫폼 중에서는 최초로 광고 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IHQ 바바요 측은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아닌 구체적인 구독자 수치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광고요금제 도입에 대해 정혜전 IHQ 모바일부문장(상무)는 "지난 3월 스태티스타 조사에 따르면 광고가 포함된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싼 스트리밍보다 선호한다는 응답이 한국이 64%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았고, 광고 없는 비싼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22%로 낮은 수치였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디지털 콘텐츠 내에서 광고 시청을 감내하는 수준이 높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30만 명이라는 구독자 수는 충분히 광고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시장 후발주자가 새로운 시도에 먼저 나선 것인데, 넷플릭스의 시도가 군소 OTT 업체들에 광고 도입 명분을 주는 부분도 있다"면서 "넷플릭스 입장서도 수용자들의 저항심리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광고 요금제 확대에 긍정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지속적으로 광고 요금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국내 서비스를 진행, 국내 진출 1주년을 맞은 디즈니플러스도 8일(현지시간)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북미 지역에서 현행 요금제와 같은 가격인 월 7.99 달러(약 1만530원)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 것. 기존 요금제는 '프리미엄' 요금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월 10.99 달러(약 1만4천480원)로 약 38% 인상한다.
다만 아직 해당 요금제가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에 도입될 구체적인 시기나 요금 수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소희 수습 기자(cowh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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