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 판단 시점을 놓고 검찰과 삼성의 공방이 또 재현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4년 전 삼바가 모회사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2015년 말이 돼서야 삼바가 에피스의 지배력 상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삼바는 자회사를 관계사로 변경한 시점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양측은 행정소송, 삼성바이오 임원들이 연루된 형사소송 등에서도 맞붙은 상황인데 이 회장의 재판에서도 날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5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7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삼바의 회계처리 적정성이 핵심 쟁점이었다. 증인으로는 삼바 회계를 감사한 삼정 회계법인의 회계사 박 모씨가 출석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입권리) 관련 내용을 고의로 공시 누락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고 같은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를 기반해 삼성바이오를 검찰 고발한 바 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계약을 체결할 당시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85%(삼성바이오로직스)와 15%(바이오젠)로 지분출자를 했지만, 2018년 6월30일까지 에피스의 주식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는 약정을 맺었다.
2014 회계연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보고서에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이 기재돼 있는데, 검찰은 당시 삼성바이오가 해당 콜옵션에 관해 구체적 요건·내용을 적시하지 않아 부실 공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2012~2013 회계연도에는 아예 콜옵션 공시가 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젠이 합작계약상 신규제품 개발 동의권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점, 두 회사가 경영권 행사를 위해선 52%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기재하지 않아 부실하게 공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6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2015년 회계연도)의 주석 부분 중 우발부채와 약정사항에 대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사이의 합작계약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회계처리한 셈이다.
이재용 회장 측은 삼바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지배력 상실은 에피스의 상장, 제품 개발·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며 "2015년 말에 지배력 상실을 판단했는데 일반적인 회계 처리 같다"고 강조했다.
박 모 씨는 "그렇다"며 "여러 특정 날짜를 확정하기 전에 결산 기말에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증인이 삼바 감에 합류할 때 지배력 상실 사유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12월 말에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도 합리적이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박 모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바가 제일모직, 합병법인 삼성물산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지배력 상실 시점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5년 12월 미팅 내용을 보면 에피스의 상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지배력 상실에 근거가 되는 주요 이벤트로 보고 있었다는 정황이 보인다"며 "맞냐"고 물었다.
박 씨는 "지배력 상실을 판단할 때 정성적 부분들이 있었다"며 "판매 성과 같은 가치평가가 평가돼야 했고, 상장도 그 일환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승인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지배력 상실의 이벤트로 대외적으로 주장하기로 한 것이 맞냐"고 질의했다. 박 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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