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서민지 기자] 컴퓨터 제조업체 HP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지역에서 향후 3년간 약 6천 개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기 위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P는 연간 14억 달러(1조9천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에 따라 감원을 단행한다. HP의 2025회계연도까지 3년여 동안 총 4천~6천 명의 직원을 줄일 예정이다. 현재 임직원 수 약 6만1천 명의 10%에 해당한다.
HP가 이처럼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은 글로벌 PC 시장이 불황에 빠진 탓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IDC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 출하량은 올해 1분기 8천50만 대에서 2분기 7천130만 대, 3분기 7천420만 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 15.3%, 15.0% 줄었다. IT 분석 기업인 가트너 역시 올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 지표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로 인해 HP의 실적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HP는 이날 자사 회계 기준 4분기(8~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148억 달러(2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경영환경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14억 달러를 절감하는 한편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P코리아 역시 이번에 감원 대상에 올랐다. HP코리아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감원 얘기가 나온 것으로, 지역마다 (감원 직원 수가) 정해진 건 아니다"며 "지역 상황에 따라 감원이 많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수치화 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HP 외에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상황이 어려워지자 잇따라 감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메타와 아마존은 1만여 명 감원 계획을 밝혔고. MS, 인텔, 세일스포스 등도 인력 구조조정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HP도 다른 기업처럼 코로나19 시기에 호황을 누리며 고용을 늘렸지만, 다시 일상이 돌아오며 PC 수요가 감소하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적 저하 속에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까지 올리고 있어 차입 경영이 어렵게 돼 대규모 감원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필요 자금을 확보하려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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