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치열한 집안 싸움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압도적인 표차가 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한 2022 KBO 시상식에서 올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정후(외야수, 키움 히어로즈)가 뽑혔다.
이정후는 1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리그 최고의 별인 MVP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10월) 16일 진행된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각 지역 언론사 소속 취재 기자들의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 107표 가운데 104표를 얻었다.
그는 MVP 후보인 팀 동료 안우진(키움)과 올 시즌 종료 후 선수 은퇴한 이대호(내야수, 롯데 자이언츠)를 제쳤다. 안우진은 1표, 이대호는 2표를 각각 받았다.
올해 MVP 선정 방식은 변화가 있었다. 점수제가 아닌 다득표제로 바뀌었다. 또한 규정이닝 또는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이거나 개인 타이틀 부문별 순위 10위 이내의 선수가 모두 후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리그 부문별 타이틀 홀더 9명과 그 외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7명을 더해 모두 16명이 후보에 올랐다.
타격 5관왕을 차지한 이정후는 이날 수상으로 KBO리그에 새 역사 하나를 썼다. 바로 부자(父子) MVP 수상이다.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퓨처스(2군)팀 감독이 선수 시절이던 1994년 MVP가 됐다. 28년 뒤 아들 이정후가 그자리를 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타격왕에 오르며 '부자 타격왕'을 이었고 올해는 아버지-아들 MVP 사례 주인공이 됐다. 또한 이정후는 2018년 김재환(외야수, 두산 베어스)에 이어 4년 만에 국내 선수 MVP가 됐다. 김재환 이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조쉬 린드블럼(투수, 두산) 멜 로하스 주니어(외야수, KT 위즈) 아리엘 미란다(투수, 두산) 등 외국인선수가 3시즌 연속 MVP가 됐다.
또한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는 이정후가 역대 4번째 리그 MVP가 됐다. 2012년과 2013년 박병호(당시 넥센, 현 KT 위즈)가 2년 연속으로, 2014년 개인 200안타를 달성한 서건창(현 LG)이 히어로즈 유나폼을 입고 MVP에 선정됐다.
이정후는 시상식에서 "6년 전 신인왕(그는 2017년 신인왕을 받았다)을 차지했을 때 MVP를 수상하는 선배님들을 보고 언젠가는 꼭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날이 와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신데 MVP를 수상하면서 작은 효도를 한 것 같아 기쁘다"며 "3표를 놓친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만장일치 MVP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또한 "항상 아버지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제 야구 인생은 제 이름으로 잘 살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23도루를 기록했다. 또한 타율·안타·타점·출루율(4할2푼1리)·장타율(5할7푼5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타격 5관왕 이상에 오른 것도 2010년 이대호(당시 7관왕)에 이어 이정후는 역대 두 번째가 됐다.
/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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