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매개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2019년 공수처법-공직선거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연계 처리 이후 3년 만의 합작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노란봉투법 추진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소 불안한 동맹'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을 선언하며 정의당과의 연대를 본격화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정조사 논의에 함께할 뜻을 밝혔으며 이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 대신 주호영 원내대표(4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10일)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국정조사 참여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여권 압박에 돌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이정미 대표를 만나 "정의당이 민주당과 국정조사를 추진해준 것에 국민이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반대할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임오경 민주당 대변인). 양당은 이후 'MBC 대통령 전용기 배제' 논란에서도 함께 대통령실을 비판하며 야당 간 협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양측은 노란봉투법 추진,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국회 윤리위 구성 문제 등에서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미 대표는 9일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노조활동에 대한 기업의 손배소를 제한하는 법)의 당론 추진을 요청했으나 이재명 대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 7대 입법으로 선정하고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법안 이름을 '노동 손배소 남용 제한법', '합법노조 보호법'으로 바꿔 발의하겠다며 정의당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 파업까지 보장하는 법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섣부른 당론화보다는 상임위 중심으로 논의되도록 시간을 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당은 참사 희생자 공개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이재명 대표는 9일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의 공개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정미 대표는 11일 라디오에서 "정치권이 먼저 왈가왈부하며 상황에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재명 대표와 거리를 뒀다. 이은주 원내대표도 "유족의 총의가 모이면 몰라도 정치권이 앞장서는 것은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신들을 배제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를 구성한 일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9일 윤리특위를 각각 6명씩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1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에 "거대 양당은 늑장 구성에 더해 교섭단체만의 폐쇄적 구성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운영 과정에서 묘안이 있는지 살피겠다'며 협의 여지를 남긴 상황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당장의 공조(共助)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사소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국정조사, 노란봉투법 추진과 관련해 정의당과 계속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관계자는 "과거처럼 '민주당 2중대'로 보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민주당과의 이견도 타협의 여지가 있는 만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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