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박영선 수습 기자] "기존 교통 정책과 인프라 구축 등은 국가 주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성과 연결성이 강조되며 사회적 약자와 여성, 어린이 등 다양한 집단에게 교통서비스가 동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수요자 중심의 포용적 개념으로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김영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사무총장은 이달 9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교통에서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모빌리티'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교통 시설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은 경제발전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공급자와 효율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그러나 최근 모빌리티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장애인이나 여성, 어린이 등 다양한 집단을 포용하면서 이들의 니즈(수요)를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교통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노선도 정해진 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앱(App)을 통해서 이용자가 노선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 만큼 개인화하고 다양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이와 같은 교통환경의 변화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으로써의 '모빌리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교통'이라는 개념은 자동차, 항공, 항만, 해운과 같이 뚜렷한 영역의 구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친환경, 법적 사회적 문제들이 더해지며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총체적 개념으로 '모빌리티'가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공급자→수요자 중심 포용적 정책 필요
모빌리티의 개념이 확장하며 국가와 정부의 역할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포용적인 모빌리티 정책이 수반돼야 하고, 정부 주도 정책에서 신기술의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산업계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참신한 것들은 주로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맞게 정부의 역할은 조정과 장려, 그리고 통제가 아닌 합리적 규제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전체론적인(wholistic) 접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모빌리티 영역은 기후변화, 디지털화, 젠더 등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을 예로 들면 국토교통부가 교통정책을 한다는 것으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정부의 전 영역에서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샌드박스' 제도 유용할 것…외교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김 사무총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정책으로 '샌드박스' 제도가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샌드박스 제도는 혁신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올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실증하거나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사무총장은 "단순히 스마트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경제와 기술이 확대되면서 관련 기술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그런데 그에 대응하는 법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개편은 프로세스(과정)가 너무 오래 걸려서 기술과 시장의 제도 간 괴리가 점점 커져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법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아도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주고 있는데,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도 샌드박스 제도가 유용한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이 세계적인 선도적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규제 정책을 넘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ITF 사무총장 자격으로 전 세계를 다니며 각국 교통 장관들을 만나보면 한국 기업과 제품, 시스템의 발전에 대해 인정하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며 "모빌리티 산업도 외교 차원의 거버넌스가 중요한데, 한국 정부도 홍보를 비롯한 지원 등 외교적 차원에서 민간 영역에서 잘하고 있는 것들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플렉서블'하고 '유니버셜'한 접근 필요"
김 사무총장은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조정과장 당시 자율주행, 온실가스 감축, 도시교통 등을 총괄한 국내 대표적인 교통 정책 전문가다.
현재 ITF의 첫 비유럽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ITF는 OECD에서 64개 회원국의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급 회의체로, 전신인 유럽교통장관회를 지난 2006년 글로벌 조직으로 확장하며 출범했다.
김 사무총장은 2017년 취임 후 교통안전 및 첨단 기술, 약자를 위한 교통 체계,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며 세계 교통정책의 아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교통 문제라는 것은 더 이상 교통만을 바라보며 풀 수 없다"며 "디지털과 탈탄소 등이 결합하며 복잡한 문제가 됐기 때문에 어느 한 전문가 집단이 그들만의 전문성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는 에너지, 환경, 정보통신기술(ICT)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영양가 있는 토론을 해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며 "교통만 보는 건 미시적이고, 사회 전체 다양한 분야 아우를 수 있는 공동의 영역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나가고, 이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교류 직업적, 분야별 연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향후에는 모빌리티 인프라 투자도 플렉서블(유연한)하고, 유니버설(범용적)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으로 교통수단의 활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불확실성을 헷지(hedge)하기 위해서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려한 가변적인 인프라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박영선 수습 기자(eunew@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