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검찰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와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계기로 '야당탄압'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검찰을 겨냥해 "야당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조정식 사무총장은 23일 "검찰 독재와 신공안정국이 정치학살과 야당 파괴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저열한 조작 수사와 야당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탄압이 끊이지 않는데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서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오는 25일 있을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야당탄압' 주장에 많은 사람이 갸우뚱해하고 있다. '탄압'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무력 따위로 억지로 눌러 꼼짝 못 하게 함"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주로 당하는 대상이 아무런 힘이 없는 약자일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아무런 힘 없이 '꼼짝 못 하는' 약자의 상황에 처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검찰과 대치했던 지난 19일에도 169석 원내 1당으로서 자신들의 위력을 충분히 과시했다. 압수수색이 있기 몇 시간 전 쌀시장격리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켰으며,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제히 ‘의원 소집령’을 내려 그날 진행 중이던 모든 국정감사를 중단시켰다. 집결한 의원들은 결국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는 검찰을 상대로 인(人)의 장벽을 세워 8시간 만에 단념시켰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민주당에 '탄압'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5개월 전까지만 해도 거대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을 통해 거야(巨野)의 힘을 입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야당탄압' 프레임은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주장에 국민이 시큰둥해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대야소 정국에서 지나치게 '야당탄압'을 강조한다면 자칫 여론에 괘씸죄가 더해질 수 있다"며 "지도부의 톤다운(수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야당은 공감받기 어려운 '야당탄압' 여론전 대신 국회 업무 집중과 법정에서의 소명(疏明)으로 차분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론의 반응을 외면한 채 '약자 코스프레'를 고집한다면 국민은 서초동이 아닌 민심의 재판정에서도 민주당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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