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재고에 골머리"…'혹한기' 맞은 반도체, 투자 축소·감산 움직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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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마이크론, 투자 계획 대폭 줄여…키옥시아·난야 등 생산량 조절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전 세계가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가 투자를 대폭 축소하며 '혹한기' 대비에 본격 나섰다. 반도체 수요 급감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화된 대외환경 속에서 경기침체 전망까지 짙어지면서 대비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설비투자 예상 지출액을 360억 달러(한화 약 51조5천500억원)로 설정했다. 이는 종전 목표치인 400억 달러보다 10% 줄어든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도 잡아 놓은 장비 투자 계획에서 30%를 삭감해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로 했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재고회전일수는 창립 이후 최대치인 150일 이상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보유한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5개월 이상 걸린다는 뜻이다. 올해 초 반도체 수요가 높았을 때 마이크론의 재고는 5일 치에 불과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가 기존에 구매했던 반도체 재고가 쌓여 (새로운) 주문을 줄이고 있다"며 "설비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 장비 투자는 50%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재고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자산 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약 52조원으로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보다 재고가 91% 늘어난 11조8천억원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만을 판매하는 SK하이닉스는 재고 수준이 삼성전자보다 더 심각한 셈"이라며 "SK하이닉스의 재고회전일수가 145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감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D램 생산 능력을 줄이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15% 이상 줄였다. 또 지난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하고, 이보다 부지 규모가 작은 기존 M15 공장의 확장팹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기업 예상 전망치)를 지난 4월 대비 30%가량 낮췄다. 다만 다른 곳들과 달리 인위적인 감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칩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량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난야테크놀로지 등 대만 D램 기업은 이번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분야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증설이 예상된다"며 "재고 조정 기간을 거친 뒤 내년 하반기에 업황이 턴어라운드(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설비투자 삭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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