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즉 '배·전·반'이 이끄는 산업 생태계 속에서 숨은 기회를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올해 취임한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그룹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광폭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임 5개월여 만에 전기자동차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는 한편, 주력 사업 세일즈에 직접 나설 뿐 아니라 LS니꼬동제련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등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LS그룹의 주요 사업인 전력 인프라와 미래 사업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 주재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5개국 대사를 직접 만났다.
GCC는 아랍에미리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6개 아랍 산유국이 경제∙안전보장 등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1년에 결성한 지역 기구다. 이날 행사에는 주한 대사관이 없는 바레인을 제외한 압둘라 세이프 알누아이미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 자카리아 하메드 힐랄 알 사아디 주한 오만 대사, 사미 알사드한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등 5개국의 대사들이 방문했다.
이날 LS용산타워로 이들을 초청한 구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초고압 해저케이블, 태양광발전 등 GCC 국가의 제조업 고도화와 전력인프라 구축,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소개했다.
LS그룹은 GCC 국가에서 LS전선, LS일렉트릭, E1 등을 중심으로 총 4개의 판매 법인과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로, 특히 LS전선은 GCC 국가를 포함한 중동 지역 전력 케이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LS전선은 최근 4년간 쿠웨이트에서 1천125억원 규모의 전력망 구축 사업, 바레인에서 1천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구축 사업 등을 수주한 바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GCC 국가 내 전력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서 약 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구 회장이 GCC 국가에 공 들이는 것은 최근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주요 산유국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GCC는 현재 원유 공급 외 제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산업 다각화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또 GCC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올해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약 3%)의 2배 수준인 약 6%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 1월부터 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는 등 국가 차원의 경제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구 회장은 "LS는 GCC 국가에서 오랜 기간 굵직한 전력인프라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GCC 국가의 고객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스마트시티 건설, 그린에너지 중심 에너지원 다변화 등 GCC 국가가 추진 중인 미래 사업에서도 LS가 파트너로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해 출범한 LS그룹은 그 동안 전선, 전기, 소재 사업 등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구 회장이 취임한 올해부터 그룹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해저케이블·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등 기존에 LS가 강점을 지닌 전기·전력 기술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 대형 투자를 지속하는 분위기다.
특히 구 회장은 전기차와 에너지 중심의 사업 재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기 위해 KT서브마린(KTS)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주식의 16%인 404만 주를 252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 5월에는 일본계 회사인 JKJS가 보유하고 있던 LS니꼬동제련 지분 49.9%를 전량 매입한 후 사명을 LS MnM으로 교체해 주목 받았다. 이는 지난 1월 구 회장 체제 출범 후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LS는 LS MnM을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종합 소재 관련 종합 소재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향후 LS MnM의 기업공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 주주가 사라진 만큼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취임 이후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3대 신산업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핵심 소재를 모두 생산하는 LSMnM이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구 회장은 현장 경영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LS전선의 자회사인 GL마린의 해저 전력 케이블 전용 포설선 'GL2030'의 취항식에 참여하고, 군포시에 설립된 전기차 부품 전용 공장인 LS EV코리아 공장 준공식에도 참여했다. 5~7월에도 충청·경상·전라권 전국 14곳의 자회사·손자회사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장을 챙겼다.
각 계열사에서 개별로 진행하던 협력사 간담회도 그룹 지주사인 ㈜LS 주관으로 확대 실시하며 소통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일에는 그룹 연수원인 경기도 안성시 LS미래원에서 'LS 협력사 CEO 포럼'을 처음으로 개최했고, 내부적으로 임직원들의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와 연구개발(R&D) 및 디지털 전환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LS 퓨처데이'도 처음 진행했다.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양손잡이 경영'에도 더욱 힘을 주고 있다.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의 앞선 기술력을, 다른 한 손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확보해 '자산 50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현재 LS 자산은 26조원대다.
구 회장은 신사업 개척과 신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향후 5년간 국내 및 미국, 신흥시장(중남미·동남아) 등에 약 10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으로, 해저케이블·수소 등 미래 에너지 분야와 반도체 및 2차전지용 첨단 소재 분야, 전기차용 부품 및 충전 솔루션 분야 등 미래 산업 분야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LS그룹의 외형을 기존보다 2배 더 성장시킨다는 각오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취임한 후 전기차,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에 경쟁력이 있는 핵심 기업들의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데 속도가 아주 빠르다"며 "LS의 기존 주력사업과 최근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사이 연관성이 커 제대로 연결만 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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