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핵심인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은 관점에 따라 보호와 활용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띄는 개념이다. 현재 개인정보 본질을 둘러싼 논의가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헌법상 인격권 측면을 벗어나 재산권 성격도 부각되고 있는 것.
전송요구권이 도입될 시 개인정보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제 경제적 재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된 보호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의원 입법안을 포함해 10여 개다. 최근까지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쏟아지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원회는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을 병합,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정보주체가 프라이버시를 지킬 것인지 혹은 원하는 범위 내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양보하고 다른 이익을 취할 것인지가 골자다. 이는 전송요구권과 맞닿아 있다. 전송요구권이란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를 본인이나 '제3자(개인정보처리자 혹은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에게 이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정보주체가 자기결정권을 기반으로 본인정보를 관리하고 주도적으로 활용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금융·공공 영역에 도입된 마이데이터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개인정보위는 현행 보호법에 전송요구권이 포함될 경우 일반법적 근거가 생겨 적극적인 권리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융 영역에 도입된 마이데이터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EU는 2016년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으로 개정하면서 '개인정보 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을 신설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프라이버시법(CCPA)도 전송요구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정보주체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데이터 독점을 완화해 기업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의 민법상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김명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를 온라인 서비스 이용대가로 보고 있다"며 "최근 독일은 민법 개정에 따라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전형계약으로서의 소비자계약에 포섭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독일 민법 개정안에서는 '인격권 보호로서의 동의'와 '데이터공급계약 법률관계를 개시한다는 측면에서의 동의'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와 디지털서비스를 '디지털 제품'이란 용어로 통합했다.
콘텐츠 공급계약과 서비스 이용계약 모두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소비자계약법이 적용된다. 또 사업자는 데이터 대가와 소비자보호 관련 내용 등을 이용약관에 기재해야 한다.
토론회에서 김 연구위원은 "독일 민법 제327조에서는 계약과 데이터 보호법적 동의를 분리해 계약 유효성과 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권리 행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계약체결 시 웹사이트에서 쿠키 설정 혹은 광고 추적에 대한 동의로 개인정보 제공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개인정보 보호 법제와 CCPA에서도 개인정보의 경제적 재화 속성을 언급하는 등 민법상 권리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우 민법 제3편에 법적근거가 포함됐고, CCPA에서는 소비자가 사전에 참여 동의를 한다면 소비자에 대한 금전적 대가지급 제안이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향후 전송요구권 도입 시 민법상 권리로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송요구권은 헌법상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며 "국민 대부분은 개인정보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윤 위원장은 "개인 데이터 자체가 경제적 재화로 작동한다거나 경제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블랙박스'를 '투명한 박스'로 만들기 위한 수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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