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2015년작인 '히트'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넥슨에게 처음으로 양대 매출 1위를 안긴 게임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의 그래픽과 액션성으로 엄지족들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테라'의 '엘린'을 연상시키는 마법사 캐릭터 '키키'는 특유의 귀여움으로 히트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히트의 후속작 '히트2'가 7년만에 베일을 벗었다. 솔직히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액션 RPG를 MMORPG로 재해석한다는데 어떤 그림이 나올지 얼른 감이 잡히질 않아서였다. 게다가 출시 전부터 히트2가 '리니지 라이크'라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소문은 틀리지 않았다. 그간 출시된 여타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해본 게이머라면 히트2 역시 튜토리얼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면모를 갖췄다. 이 게임은 시작부터 호불호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작 히트는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방어하면 펼칠 수 있는 반격기와 각종 회피 동작, 역동적인 스킬 모션은 '액션 RPG'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액션성을 보여줬다. 액션 RPG가 아닌 MMORPG로, 정확히는 리니지 라이크로 탈바꿈한 히트2에서 이러한 액션성을 찾아보긴 어렵다. 막기나 회피 버튼은 존재하지 없으며 몬스터의 체력이 닳을 때까지 밋밋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캐릭터를 지켜봐야 한다. 전작은 핵앤슬래시 특유의 몰아잡는 묘미가 있었는데, 히트2는 몬스터의 체력이 많고 종종 빗맞기 때문에 전투 시간이 꽤 길어서 지루한 편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대규모 전투가 메인인 게임에서 호쾌한 액션이 너무 강조되면 화면이 번잡스럽고 합이 맞지 않는다. 핵심 콘텐츠인 공성전을 위해 개발진도 어쩔수 없이 액션성은 최소화하고 대규모 전투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틀리지 않은 판단이다. 다만 전작을 플레이한 게이머 입장에서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히트 IP의 명맥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은 '클래스' 변신이었다. 전작 캐릭터들인 '휴고'와 '루카스', '키키', '레나' 등은 최상위 등급인 전설 변신에서만 만날 수 있다. 물론 획득 확률이 매우 낮은 만큼 이들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는 게이머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긴 한다. 또 변신 클래스들을 터치할 때마다 나오는 동작 액션이 전작과 똑같아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히트2로 히트 IP를 처음 접한 게이머라면 괴랄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전작을 해본 게이머라면 익숙한 동작들이다.
리니지 라이크긴 하지만 히트2는 나름의 차별화 요소도 가미했다. 전 서버 이용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서버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조율자의 제단'이 신선했다. 여타 MMORPG들이 빠지지 않고 대형 인플루언서를 앞세우는 이른바 '프로모션'을 실행하지 않고 자체 시스템으로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여 서버내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한 시도도 높이 산다. '겜잘알'들은 오히려 '인플루언서가 없는 서버에서 게임을 하라'는 조언을 할 만큼 프로모션이 서버에 미치는 여파는 적지 않다.
히트2가 리니지 라이크로 나온 건 아쉽긴 하지만 당장 실적이 급한 넥슨게임즈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판단도 든다. 리니지 라이크는 욕은 많이 먹지만 기대 이상의 매출은 늘 보장된다. 남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리니지 라이크에 재미를 느끼는 '큰형님'들이 꽤 존재하기 때문이다. 히트2 역시 출시 이후 많은 논란을 낳았으나 결국 리니지를 누르고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캐시카우 확보에 성공한 넥슨게임즈가 다음에 내놓을 게임은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재미에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넥슨을 비롯한 '빅3'급 게임사들은 업계를 선도할 플래그십 타이틀을 내놓아야 할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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