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카카오가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카카오가 그간 진행해 왔던 '분사 후 상장' 전략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카카오는 지속적으로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이번 사례를 계기로 IPO 대신 자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투자총괄 부사장은 이달 초 사내 공지 글을 통해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구조를 보면,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57.5%의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TPG컨소시엄(29.0%), 칼라일(6.2%), LG(2.4%), 구글(1.5%), GS리테일(1.3%) 등이 뒤를 잇는다. 단순 계산 시 카카오가 최대 19.9%의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한다고 해도 카카오의 지분이 37%가 넘어가기 때문에 1대 주주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2대 주주인 TPG컨소시엄이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도 MBK파트너스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카카오로부터 10%대 지분을 넘겨받고, TPG컨소시엄의 지분까지 사들인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바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조속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이유가 TPG컨소시엄이 지난 2017년 투자 당시 제시한 투자금 회수 기한이 올해까지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같은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안으로 IPO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주식시장 위축으로 인해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시장 침체로 '대어'로 꼽히는 공모주들의 상장 철회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가 IT 관련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거품' 논란이 일면서 상장 후에도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공식화는 그간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단행한 분사 후 IPO 전략이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카오는 그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카카오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2016년 분사된 카카오게임즈·다음웹툰컴퍼니(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부문), 2017년 쪼개진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카카오브레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에도 2019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올해 3월 카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의 자회사 분할을 지속하는 추세다.
여기에는 인수합병(M&A)도 가세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음 게임과 중소 게임업체인 '엔진'을 합병해 만들어진 통합 법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카카오페이지(구 포도트리)와 지난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카카오M이 합병돼 설립됐다. 이 중 포도트리는 지난 2015년 카카오에 인수됐다가 2016년 분사된 다음웹툰컴퍼니와 합병됐고 이후 카카오페이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연이어 상장했다. 이들은 모두 상장 당시 '대어'로 꼽히며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런만큼 흥행에도 성공했다. 세 업체가 IPO를 통해 모은 자금만 총 4조원이 넘는다. 올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도 예정돼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들 역시 앞선 카카오 공동체들처럼 공모 단계에서 흥행한 뒤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그러나 올 초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의 단체 스톡옵션 행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 같은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막대한 물량이 쏟아지고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자 주주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고 카카오가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자회사 분사 후 상장에 대해서도 '쪼개기 상장'이라는 시선이 불거졌다. 결국 카카오는 올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던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에 대해 '재검토' 방침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보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전체 지분 중 73.6%를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높은 지분을 가진 외부 투자자도 없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몇년간 잇따라 투자를 받으면서 전략적 투자자는 물론 TPG컨소시엄, 칼라일 등 재무적 투자자들도 5%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다. IPO를 통해 이들이 엑시트(exit)를 할 길을 마련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IPO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장 침체 등으로 사실상 I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결국 매각밖에 활로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사회적으로 카카오의 이미지 쇄신에 대한 필요성까지 겹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카드는 더욱 와닿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각 논의 사실이 발표되자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과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각설이 불거진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의 70% 이상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모펀드에 매각할 시 단기 수익성 강화를 위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보다는 택시기사·대리운전 기사 대상 멤버십 상품 강화 등에 몰두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고용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노조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국민이 이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건 그아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라며 "경영진과 대형 투자사들만 이익을 누리고,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는 불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전 직원에게 최소 3억원씩 부여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당시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전 임직원 411명에게 약 650억원 규모(714만4천600주)의 보통주가 지급됐고, 올해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입사한 신규 직원과 자회사 편입 직원 등 144명에게 약 202억원 규모(103만7천220주)의 보통주를 배분했다.
즉 직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을 MBK파트너스가 추후 적절한 가격에 사겠다는 '풋옵션'을 약속하는 방식 등으로 차익실현의 길을 열어 둔다면, 직원들 입장에서 오히려 매각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MBK파트너스에 매각되지 않더라도 다시 IPO를 시도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이날 오후 2시 카카오모빌리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시간반 동안 온라인 '올핸즈' 미팅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서 설명하고 직원들의 질의응답도 받았다. 김성수 CAC센터장과 배재현 부사장이 최근 매각설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재차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는 매각과 관련해 여전히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사측이 매각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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