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 숨통조인 '선의'의 금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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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부담 줄이려 도입된 '법정최고금리'…되레 대출시장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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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법정최고금리는 금융사, 대부업체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대출금리 상한선이다. 정부는 법정최고금리를 지난해까지 일곱 차례 인하했다.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66.0%에 달했던 최고금리를 20%로 낮췄다.

문재인 정부는 최고금리를 낮추며 그 배경을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지를 보면 '법정최고금리인하'는 선의의 정책이다. 하지만 선의가 정책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선의가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때다.

법정최고금리인하는 취지와 다르게 서민의 대출시장 접근성을 낮춘 결과를 낳았다. 최고 금리 인하로 기존 20% 이상 금리의 대출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은 같지만 상환 여력 등이 떨어지는 저신용 차주 리스크를 감내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2금융권에서는 저신용자 대출절벽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카드론 금리 18% 이상 차주 비중은 19.98%를 나타냈다.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로 20% 초과 대출 차주가 사라진 지난해 8월 22.44%와 비교하면 2.46%p 줄었다.

지난 1월 말 42개 저축은행의 18% 이상 신용대출 취급 비중 26%로 지난 6월 30.86% 이후 4.86%p 감소했다. 연 20% 이상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8~10등급 이하의 저신용 차주들 4.43%는 대출시장서 탈락했다.

이들은 취약차주 급전창구인 대부업권에서조차 밀려났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대부업권의 신용대출 잔액은 6조9천751억원으로 직전년도 12월 말 7조3천677억원 대비 3천926억원 줄었다.

취약차주는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면 31만6천명이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또 이 중 12%(3만9천명)는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도 대비는 하고 있다. 매년 정책서민금융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정책서민금융은 10조원대 규모다. 취약차주 지원 강화를 위해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뱅크의 대출한도도 일시적으로 500만원씩 증액했다.

그러나 정책서민금융으로 일부 차주가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순 있어도 전체를 포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재원의 한계도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자금 투입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신용차주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취약차주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선의가 아닌 시장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고금리를 정해야 할 때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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