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올해 증시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도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테마형 ETF에 대한 투자 열기도 식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ETF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진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들이 해외형 ETF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래운용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해외형 ETF 상품들에 자금이 적잖게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에 투자된 총 금액을 의미하는 순자산총액(AUM)은 73조6천7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해마다 성장세를 이어오던 ETF 시장이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서 ETF 일평균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2조9천389억원에서 2조3천591억원으로 19.73% 줄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긴축 행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에 따라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거래소 측은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 상위 8개 운용사 가운데 순자산가치와 일평균 거래대금이 모두 증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순자산가치와 일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3.44%, 42.94% 증가했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도 4.2%, 3.79% 소폭 증가했다.
반면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순자산가치와 일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1.7%, 27.48% 줄었다. 이외에도 KB자산운용(-5.64%, -53.29%), 키움투자자산운용(-3.3%, -83.63%) 등이 모두 줄었고, NH아문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은 순자산가치는 줄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늘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메타버스, 2차전지 등 테마형 ETF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투자자들이 해외형 ETF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미래운용의 ETF 상품에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래운용 관계자는 "시장을 살펴보면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보다 조금 더 빠졌는데, 투자자들은 국내보다는 해외 저가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이 빠져서 자산가치가 줄어든 것은 모든 운용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인데, 미래운용 ETF는 해외 비중이 높다보니 해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히려 순자산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자금 유입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1위부터 6위까지를 미래운용이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초 이후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로 1조68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5천762억원)', 'TIGER 나스닥100(5천489억원)', 'TIGER 미국S&P500(5천399억원)', 'TIGER 미국테크 TOP10INDXX(3천350억원)', 'TIGER 차이나과창판 STAR50(3천26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주식펀드 투자를 늘렸다"며 "최근 해외주식펀드에서 수익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조정 국면에서 저가 매수 성격의 투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해외형 ETF 상품 기획·개발 단계에서 해외 운용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운용은 지난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글로벌엑스의 운용규모는 105억달러(ETF 55개)였으며, 지난 3월 말 기준 438억달러(ETF 92개)로 4배 이상 성장했다.
미래운용 관계자는 "글로벌엑스는 혁신성장 테마형과 인컴형 ETF를 기존부터 잘 운용해왔던 운용사"라며 "글로벌엑스와 미래운용이 함께 혁신성장 테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상품을 개발해 해외에 먼저 상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작년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TIGER 차이나전기차 ETF 같은 경우는 글로벌엑스 홍콩에서 먼저 상품을 만들어서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던 상품"이라며 "상장 전부터 시뮬레이션 과정을 진행하지만, 실제 상장 후 운용이 어떻게 되는지, 투자자 관심은 어느 정도 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