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넷플릭스 "무정산이라는 점을 알면서 연결했고 무정산 '피어링'은 인터넷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어떠한 법률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픈커넥트(OCA)'로 증가하는 트래픽은 해결이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 "상업활동의 전제는 유상이며 이용자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없어서 당장 망을 연결했던 것을 '무정산 합의'로 볼 수 없다,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OCA제공하나, 망 이용대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8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SK브로드밴와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2차변론이 열렸다.
국제적 관심이 뜨거운 만큼 사안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양측에 발표해달란 재판부 주문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그간 경과와 기술·법률적 주장을 담은 프리젠테이션을 30분씩 진행했다. 양측이 팽팽한 주장을 이어가면서 이날 심리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먼저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한 넷플릭스 측은 ▲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이라는 점을 알면서 대가 없이 연결했으며 ▲인터넷에서 비용 부담에 관한 관행은 '자신의 망 비용을 자신이 충당하는 것'이며 ▲연결지점 이후 이용자까지 콘텐츠 전송의 주체는 SK브로드밴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할 법률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바람직한 트래픽 해결 방안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OCA'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법률대리인은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 연결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서 "국내 대형 ISP로 당연히 망 연결 관행을 잘 알고 있었고, 전문인력도 있었으면서 이제 와 망 이용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최초로 OCA와 직접 연결을 시작했고 이후 SK브로드밴드의 요청으로 인해 연결 지점을 2018년 5월 일본 도쿄로 변경했으며 2020년 1월에는 홍콩도 추가됐다"면서 "만약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 대가를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대가 지급이 없는 OCA 연결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에서 비용 부담에 관한 관행상 "상대방 ISP에게 자신의 망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와 '피어링'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고 있다"면서 "피어링 방식의 직접 연결을 무정산으로 하는 것은 인터넷의 확립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2차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빌앤킵' 정산방식을 새로운 주장으로 내세웠다. '빌앤킵' 정산 방식이란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ISP 간에 트래픽을 상호 간 소통하면서 교환되는 트래픽의 비율 및 망 연동을 통해 얻게 되는 효익 역시 유사한 경우, 편의를 위해 상호 간에 상대방 ISP 트래픽 처리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정산 방식을 말한다.
아울러 "넷플릭스의 연결은 국내 CP와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면서 "국내 CP와의 관계에서 국내 ISP는 '송신 ISP'이며, 국내 CP가 전 세계 인터넷에 대한 접속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국내 ISP에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의 관계에서 국내 ISP는 '착신 ISP'이며, 국내 CP와 달리 국내 ISP는 넷플릭스에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넷플릭스 측은 "증가하는 트래픽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캐시서버를 분산 설치하는 것으로, OCA를 설치하면 국제망 및 국내 백본망 증설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SKB "상업활동을 하면서 무상을 주장하는 것, 어불성설"
이에 맞서 SK브로드밴드 측은 '상거래의 기본은 유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CP, SK브로드밴드는 ISP라고 설명하고 ▲CP는 ISP의 망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지위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빌앤킵'은 '동등한 수준'의 'ISP 사이'에서 적용되는 정산방식이며 ▲원고들과 피고는 일단 연결지점 및 연결방식을 우선 변경하되,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 사항(Open Issue)으로 남겨 뒀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인은 "망 이용대가 부분에 관한 견해 차이로 인해 2015년 말경 협의가 중단됨에 따라, 넷플릭스 최초 서비스는 망 연결은 전송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SK브로드밴드의 일반 망을 통해 시작하되 망 이용대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 사항으로 남겨 뒀다"면서 "당장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에 관해 합의되지 않더라도 추후에 충분히 유상의 합의(이용대가 지급 또는 제휴 등)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홍콩에서 추가로 망을 연결한 것 역시 망 이용대가 분쟁과 별개로 최종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라며 "교통사고가 나서 진료비를 협상할 수 없어서 일단 수술했는데, 나중에 무상 아니었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OCA 관련해선 넷플릭스가 OCA란 자체 콘텐츠 전송네트워크(CDN)를 제공하더라도, 당초 SK브로드밴드가 CDN에 받는 비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서비스 구조상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서비스사업자(CP)는 CDN을 고용해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에 망을 연결하는데, 이때 CDN은 CP를 대신해 ISP에 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를 제공하면서, CDN이 지불하는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의 OCA는 넷플릭스를 위한 CDN일 뿐이고, OCA가 기간통신역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며 "ISP는 국가 허가를 받아야 하나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고, ISP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CP인 원고들과 ISP인 피고 사이에 '빌앤킵' 원칙이 적용될 수 없으며 무정산이 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쌍방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측에 비용 정산 협의를 유보했다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둔 것이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했고, 또 비용정산을 본격적으로 요구했던 시점과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던 이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여러 쟁점이 뒤섞여 있는 사안인 만큼, 쟁점별로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차기 3차 변론에서는 망의 유상성과 무정산 합의 여부를 살피고 이후 부당이득 반환·상인의 보수청구권 등에 대한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3차 변론은 6월 15일 17시에 열릴 예정이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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