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제일 문제가 물가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에 비해 4.8%나 치솟았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대치다. 통계청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3월 4.1%, 4월 4.8%까지 뛰어 어느새 5%에 육박한 것이다.
대다수 국가들의 경기 모멘텀이 약화됐고, 공급망 차질과 전쟁으로 인해 물가 압력이 상당하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지금 한국경제가 당면한 최대 난제를 '고물가'로 꼽고 물가 상승의 원인과 억제 대책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내에 들어오는 밀 가격이 폭등해 식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악화 등에 비상한 관심을 주문했다.
오늘(13일)은 첫 현장 행보로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을 점검하는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는다. 고물가, 고환율, 저성장, 나아가 스태그플래이션 우려 마저 나오는 불확실한 경제 위기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물가 잡기에 최우선으로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새 정부는 본격적으로 '정부-중앙은행 협치'의 시너지를 보여야 한다. 러시아와 유럽,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등 국가별 인플레이션 성격도 다른 만큼 정부가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론상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줄여야 한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로 인한 이자부담의 급증이 소비를 위축시켜 스태그플래이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미국의 빅 스텝(big step)과 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을 추종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 정책적 묘수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물가 안정과 더불어 '온전한 손실 보상'도 새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경제 정책 방향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370만명에게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59조4천억 규모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이번엔 '국회의 협치'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 대선에 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 박탈), 새 정부 인선 과정에서 보여준 충돌과 설전의 불협화음을 끝내고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민생 안정'을 위해 여야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추경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지 않도록 후속 관리도 요구된다. 대규모 추경을 위해 국채가 늘어날 경우 물가상승에 추가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만큼,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 세수로 충당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지만,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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