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출근시간이 1시간에서 절반 수준인 30분으로 줄었어요. 동료들 사이에서도 좋다고 입소문이 나 있고요. 좋은 좌석은 열리자마자 이미 매진될 지경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에 위치한 SK텔레콤 거점오피스에서 만난 SK텔레콤 내부 직원의 말이다. 오늘 처음으로 거점오피스로 출근했다는 이 직원은 잠깐의 업무 수행만으로도 효율성이 올랐다며 자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주로 애용하고 있는 노트북을 들고 출근했다는 이 직원은 스피어 앱으로 태블릿 등 데스크 환경이 마련된 좌석을 예약해 디자인 업무를 착착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 서울 신도림과 경기도 일산, 분당 등 3곳의 거점형 업무공간 ‘스피어(Sphere)’ 운영을 시작했다. 스피어는 ‘구(球)’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거점 오피스 브랜드다. 기존 사무실이 갖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경계없이 일할 수 있는 업무 공간으로 마련됐다.
SK텔레콤은 구성원이 근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일에 몰입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DYWT(Deisgn your work&time)'와 함께 'WFA(Work from anywhere)'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실제로 출입한 거점오피스 신도림은 디큐브시티 오피스 21~22층에 위치하고 있어 탁 트인 전경부터 한 눈에 들어온다. 내부 인테리어도 그린 계열이나 원목의 느낌을 살려 편안함을 준다. 가구의 간격 역시 큼직하게 떨어져 있어 시원시원하다.
거점오피스 출입통제는 ‘안면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안면인식은 SK텔레콤 직원으로 입사할 당시 SNS를 통해 전달된 URL로 사전 등록이 가능하다. 이 등록 데이터는 SK텔레콤 본사뿐만 아니라 거점오피스에서도 개인의 보안인증으로 활용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 ‘누구 페이스캔’은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얼굴인식 솔루션이다. 68개 특장점을 검출해 얼굴을 0.2초만에 인식한다. 얼굴 위변조 공격 방지 기능도 적용했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
실제 신도림 거점 오피스 입구에는 출입 게이트 위로 얼굴인식 기기가 배치돼 있다. 속도는 설명한대로 0.2초 수준임을 알려주듯 걸어가면서도 인식이 끝난다. 여러번의 시도에도 외부인에게는 출입을 허락치 않는다.
이같은 안면인식 솔루션은 출퇴근뿐만 아니라 거점오피스를 위한 ‘스피어’ 앱과 좌석 키오스크, 아이데스크 등에서도 SK텔레콤 직원임을 확인 받는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을 알리는 명찰이나 출입카드 등이 불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입게이트를 통과하면 바로 왼편에 친환경 제작한 옷과 생활용품 등이 자리하고 있다. 가징 인기있는 상품은 ‘후드집업’으로 보일 정도로 직원들이 자주 찾는다. 아무래도 ‘후드’가 거점오피스 패션의 완성으로 판단된다.
중앙에는 작은 무대처럼 좌석을 배치하고 벽면을 스크린으로 채운 ‘스피어비전’ 공간이 마련됐다. 이 곳에서는 스피어 일산과 분당의 동일한 스피어비전 공간을 생중계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공개된 전체회의나 강연, 설명 등 공간을 넘어 실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한쪽 면에는 기다란 바가 마련돼 있어 간단한 음료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일하는 공간으로 진입하기 전 좌석을 선택해야 한다. 키오스크를 통해 거점에서 직접 좌석을 선택해도 되지만 스피어 앱으로도 예약이 가능해 출근 전 미리 선택해 놓을 수 있다. 특히 선호하는 좌석의 경우 오픈 시간인 오전 7시부터 만석이 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립된 창가 좌석이 가장 인기가 많다.
‘버추얼 워크스페이스’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곳이다. 오큘러스 퀘스트가 비치돼 있다. 현재는 메타 호라이즌 워크룸을 소프트웨어로 사용 중이지만 하반기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HMD’ 버전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21층에 위치한 업무공간은 크게 2개의 공간으로 분리된다. 여러 명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빅테이블’과 개인 몰입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아일랜드’로 구분된다.
디테일은 각 좌석들 사이사이 숨어 있다. 빅테이블의 경우 USB타입C 케이블이 배치돼 있어 노트북 등 디바이스만 가져오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 자체도 크게 벌어져 있어 활용도가 높다.
아일랜드 좌석은 모니터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암 거치대가 설치돼 있어 앉아서 또는 서서 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좌측에 작은 이동형 의자를 둬 의견을 공유할 때 언제든지 자리로 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뒀다. 심지어 가방을 내려놓는 공간까지 마련해놨다.
여러 좌석에 배치된 아이데스트(iDesk)’는 태블릿을 통해 안면인식을 하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을 열어준다. 평소에 사용하는 PC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그룹영상회의 솔루션인 미더스나 교육 솔루션 ‘마이써니’ 등 다양한 기능들도 내장돼 있다.
22층은 아일랜드 좌석들로 채워져 있다. 협업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해 놨는데 눈에 띄는 부분은 파티션의 높이를 낮추는 대신 여러 식물들로 채워 시선을 가리게 해뒀다.
개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팀별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 ‘스피어팟’과 ‘스피어룸’을 활용할 수 있다. 스피어팟은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마치 전화 부스같은 곳으로 평소에는 오픈돼 있지만 필요하다면 복도 창을 블라인드 처리할 수도 있다.
‘스피어룸’은 4명 가량이 팀 비대면 회의가 가능한 곳으로 스피어팟보다 넓은 형태로 구성돼 있다. 비대면 회의에 필요한 카메라와 스피커 등이 준비돼 있다. 회의실에 입장한 사람의 수를 인식해 사람이 많은 경우 광각으로 촬영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화면을 보여주고 말을 하는 사람을 인식해 발표자를 화면에 띄워주는 등 역동적으로 모니터링해 보여준다.
SK텔레콤은 모든 공간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5G 인빌딩 솔루션을 적용했다. VPN에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결합해 보안을 강화했다. 스피어 곳곳에는 사물인터넸(IoT) 센서가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유해물질, 탄소, 조도, 소음 등 업무 환경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업무 환경을 유지해준다.
또한 SK텔레콤은 폐의류를 업사이클링한 소재를 활용해 가구나 벽체를 만들고 지능형 카메라가 사람이 없는 공간의 조명을 소등하는 등 공간 곳곳에 친환경적인 요소를 부여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개인을 위한 업무 경험을 높이겠다는 방향으로 거점오피스를 설계했다”라며, “주 2~3회 출근하면서 60~70% 가용률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으며, 초기 운영결과 약 60% 가량 가용률을 보이고 있어 향후에도 쓰임새는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SK텔레콤은 AI와 로봇 등을 통해 보다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거점을 진화시킬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구성원의 안면인식 한번 만으로 원하는 조도와 데스트 높이, 모니터 위치까지도 조정될 수 있는 ‘완전개인화’를 도입하겠다는 포부다.
한편, SK텔레콤은 2019년부터 AI를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인 RPA(Robotic Process Aytomation)로 데이터 추출과 분석, 회계, 재무, 대량 문서 처리 등 반복 업무 부담을 대폭 줄여왔다.
또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협업 효율도 대폭 높였다. SKT는 협업 플랫폼 팀즈(Teams)를 도입해 회의의 빈도를 줄였다. 또한 'T전화 그룹통화', '미더스', '이프랜드' 등 비대면 회의 솔루션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회의의 효율성도 대폭 향상시켰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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