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인텔과 TSM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대(對) 러시아 반도체 수출을 중단키로 했다. 반도체 기업의 이같은 공급 중단은 확대될 가능성이 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텔은 3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고객에 대한 모든 제품 선적을 중단했다"며 "인텔은 구호활동을 위해 인텔 재단을 통해 120만 달러 규모(약 14억5천만원)의 직원 기부 및 매칭 캠페인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홈그라운드인 인텔은 세계 중앙처리장치(CPU) 1위 기업이다. 모바일, PC, 서버 등 각종 기기에 인텔의 칩이 탑재되는 걸 감안하면 이번 보이콧은 러시아의 제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TSMC도 러시아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TSMC는 대만에 본사가 있지만 최대 주주는 미국의 씨티그룹이다. 이에 따라 TSMC는 미국의 무역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나섰을 때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았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이 주문을 해도 TSMC가 생산·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반도체를 수급하기 어려워진다.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대러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이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는 1%도 안되지만 현지에서 한국 업체들의 완제품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에서 한국을 면제 했다. FDPR은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1위다.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33.2%에 달한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신형 갤럭시S22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현지 생산 공장도 가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한국 기업들의 판매 경쟁력이 있는데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쉽게 대러 판매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 기업간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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