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로 '아이파크'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양 관양동 재건축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회사가 존폐위기로 내몰리자 조합원에게 사실상의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설득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조합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HDC현산은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이달 말 예정된 서울 노원구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는 등 대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HDC현산은 조합원 959명 중 926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509표(54.9%)를 얻어 경쟁상대인 롯데건설을 따돌렸다.
해당 재건축 사업은 안양 동안구 관양동 일대 6만2천557㎡ 부지에 공동주택 1천313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4천174억원 규모다. 이번 사업이 중요했던 이유는 광주 붕괴사고 발생 이후 첫 HDC현산의 정비사업 수주전이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광주 붕괴사고 이전까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붕괴사고 이후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졌고 일부 주민은 '광주 붕괴사고를 일으킨 회사는 떠나달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며 반대했다. 회사 존폐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HDC현산은 조합원 설득에 사활을 걸었다.
HDC현산은 재건축 조합에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으로 사업비 2조원을 조달해 이주비를 지급하고 조합원에 세대당 7천만원의 사업추진비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후분양으로 3.3㎡당 4천800만원 일반분양가도 보장하고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그룹 'SMDP'와 스카이 브릿지 등이 포함된 조감도를 제시했다.
더욱이 유병규 HDC현산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자필 사과문을 보냈다. 안전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발빠르게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 비용 부담 등 조건을 추가로 걸면서 안전시공을 약속했다.
만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HDC현산에 대해 영업정지 또는 면허취소 조치를 내리더라도 기존에 계약이 이뤄진 현장의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HDC현산 입장에서는 한곳, 한곳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결국 HDC현산은 전국적으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 속에 정비사업 시장에서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가까스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산은 이달 말 예정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코오롱클로벌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이같은 역대급 조건을 내걸면서 역차별 논란에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후 HDC현산이 정비사업에서 수주를 이끌어내려면 최소한 안양 관양동 재건축 조합에서 제시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근에 위치한 뉴타운맨션삼호지구주택 재건축 조합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뉴타운맨션삼호 재건축 사업은 2016년 HDC현산이 수주, 철거를 앞두고 있다. 관양 현대아파트는 평당 4천800만원 일반분양가 보장으로 무상입주가 가능한 반면, 이곳은 2천500만원에다 가구별 2억원 이상의 분담금까지 내야 한다. 단단히 뿔난 조합원들은 오는 9일 이같은 문제를 놓고 집중토론회를 연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를 비롯해 정부가 HDC현산에 대한 건설업 말소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결국 HDC현산이 살아남기 위해 저가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수주사업 특성상 한번 저가수주를 하면,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어려운 만큼 최선의 선택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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