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점유율 0%대'로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폴더블폰'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낸다. 일반 바(bar) 형태 스마트폰에선 중국 제조사들과 '아이폰' 시리즈를 앞세운 애플에 한참 밀린 모습이지만, 폴더블폰에선 압도적인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개막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최초로 폴더블폰을 기념 에디션으로 선정해 선보였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패럴림픽 모든 참가 선수들에게 지급된 '갤럭시Z플립3 올림픽 에디션'은 흰색 커버에 골드 메탈 프레임이 조합된 디자인으로, 뒷면에 새겨진 삼성과 IOC 또는 패럴림픽 로고가 특징이다. 출고가는 7천999위안(약 150만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좀 더 비싼 대신 스페셜 에디션 전용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테마 등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지난달부터 중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기념 에디션으로 '갤럭시Z플립3'를 앞세운 이유는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최대 스포츠 행사를 발판 삼아 폴더블폰 글로벌 대중화를 촉진하는 한편, 중국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20%에 가까웠으나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논란과 '갤럭시노트7' 폭발 등이 잇따르면서 점유율이 급락한 후 지금까지 0%대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폴더블폰 시장에선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8%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화웨이(49.3%)가 차지했고 3위는 샤오미(13.2%), 4위는 오포(6.1%), 5위는 레노버(0.2%) 순으로 나타났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저가폰 중국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이처럼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하계·동계 올림픽마다 기념 에디션을 선보여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누렸다"며 "지난해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갤럭시S21' 올림픽 기념 모델을 받은 출전 선수가 앞다퉈 소셜미디어에 디자인 등에 대한 호평을 남겨 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폴더블폰을 처음으로 기념 에디션으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포,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도 삼성전자의 '카피캣(모방 제품)'을 줄줄이 쏟아내며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오포는 '갤럭시Z폴드3'보다 주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승부수로 내 건 '오포파인드N'으로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오포파인드N'의 내구성 검증 영상을 공개해 주목 받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힌지(경첩)를 수 차례 접어 주름이 적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는 한편, 제품에 물을 뿌려 방수 기능을 검증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반면 화웨이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클램쉘(조개껍데기)형 폴더블폰인 'P50포켓'은 연약한 힌지, 디스플레이 등 허술한 내구성으로 혹평받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P50 포켓'을 앞세워 최근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일부 지역에서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는 샤오미도 조만간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지난해 첫 번째 폴더블폰인 '미믹스 폴드'를 중국 내수용으로 일단 출시했다. 업계에선 올해부터 가볍고 얇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운 글로벌향 클램셸 스마트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에게 빠르게 잠식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85%에서 올해 74%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 현지 시장에서도 폴더블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하며 중국 소비자를 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외교적 마찰로 이번 올림픽에 대한 후원사들의 홍보 움직임이 둔화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선 베이징 동계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치어투게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또 현지 소비 트렌드가 점차 '프리미엄' 제품쪽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폴더블폰뿐 아니라 일반 바 형태 스마트폰에서도 오는 10일 공개하는 '갤럭시S22'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지난달에는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갤럭시S21 FE'의 1차 출시 국가로 미국, 유럽 등과 함께 중국을 선정해 주목 받기도 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초 열린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지만 서두르는 것보단 잘 준비해서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한종희 부회장 중심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만들었고 여러 분석과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새로운 폼팩터(외관) 또는 제품을 최적의 시점에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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