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결산-인터넷] ① 몸집 커진 플랫폼, 성장 속 곳곳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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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혜 속 성장했지만 규제 여론도 동시에 강해져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사회'를 등에 업고 올해 큰 폭의 실적 향상을 이뤘다. 그러나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몸집이 커진 만큼 사회 곳곳에서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진 한 해였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네이버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2.8%, 영업이익 9%가 올랐고 카카오는 매출 16.5%, 영업이익 39.8%가 증가했다. 이처럼 외형적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이은 사회적 논란 속 오히려 고개를 숙여야 했다. 또 플랫폼을 등에 업고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유관 협·단체들의 반발 속 사업 확장에 큰 위기를 맞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반대편에는 이해진 네이버 GIO도 착석해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반대편에는 이해진 네이버 GIO도 착석해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연이은 사회적 물의에…국감장서 고개 숙인 네이버·카카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카카오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세 차례나 증인으로 직접 출석하며 카카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카카오가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다른 카카오 계열사 대표 등까지 포함하면 카카오가 증인으로 출석한 횟수는 9차례다.

카카오는 국감에서 골목상권 침해와 플랫폼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행위 등을 지적받았다. 헤어숍, 꽃·간식 배달 중개, 스크린골프, 대리운전 등의 업종에서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을 신설한 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작가들에게 마이너 개런티(MG)를 빌미로 45%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 갔다는 점 등은 '플랫폼 지위 남용'으로 지적됐다.

이에 김범수 의장을 비롯한 여러 카카오 계열사의 대표들은 국감장에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김범수 의장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이번 기회를 카카오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상공인들과 더욱 상생하며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글로벌로 시야를 더욱 넓히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카카오만큼은 아니지만 네이버 역시 여러 상임위원회의 국감에 연거푸 소환됐다.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한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네이버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국감에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바꿔야 할 부분은 다 바꾸겠다"며 기업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상생'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증인으로 출석해 "(소상공인과의 협력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미진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더 적극적으로 하고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경영진과 깊이 고민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수수료에 대해서도 "새로 진입하는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수수료에 문제가 있는지 더욱 깊이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성장통'을 겪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연말 나란히 리더십 교체를 예고했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물러나고, 1981년생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내세웠다. 카카오 내년 3월부터 기존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에서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체제로 바뀔 예정이다. 임기가 만료된 조수용 대표를 대신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로 전진 배치됐다.

◆곳곳서 플랫폼 VS 전문직…지속되는 갈등 속 해결은 난망

신사업을 개척한 플랫폼과 기존 이해관계자들 간 충돌도 지속됐다. 특히 올해는 더욱 많은 플랫폼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리걸테크 플랫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미용 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는 대한의사협회와, 원격진료 및 약 배송 스타트업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와 대립하고 있다. 세무 플랫폼인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한국세무사회와 대치 중이다.

플랫폼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했다. '로톡'은 변호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와 변호사 간 접점을 넓혔고, '강남언니'는 성형외과·피부과·치과 등 비급여 의료 병원의 시술 가격과 후기 등을 공개하고 이용자들이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한변협·의협 등 전문직 협·단체들은 플랫폼사들의 이 같은 서비스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스타트업과 전문직렬 단체 간 갈등이 심해지자 법무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들도 나섰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전문직 단체들이 지나친 판단을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수차례 내비치며 스타트업 쪽에 개선을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최근 회원 변호사들의 '로톡' 광고를 막은 대한변협 쪽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 부처들도 플랫폼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협·단체들의 대응도 완강해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인앱결제방지법)의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인앱결제방지법)의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앱 마켓 지배력 남용하며 인앱결제 강제한 구글·애플…韓, 법 개정으로 맞대응

플랫폼과 이해관계자들 간 충돌 문제는 외국 플랫폼과 관련해서도 나타났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들이 운영체제(OS) 장악력을 바탕으로 앱 개발사들에 인앱결제(앱 내에서 이뤄지는 결제)를 밀어붙이면서다.

구글은 게임을 비롯해 모든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에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수수료율을 30%로 인상하겠다고 전 세계에 통보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애플은 이미 이 같은 체계를 갖춘 채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이고 있었는데, 구글 역시 앱 마켓 사업자로서의 지배력을 극대화해 수익을 더욱 끌어모으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애플은 물론 구글까지 인앱결제 의무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각계 반발이 거셌다. 특히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이 이례적으로 연이어 성명서를 내며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빠른 통과를 요구했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할 경우, 수수료율 인상 여파로 당장 편당 결제되는 콘텐츠 가격이 3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격 인상이 실제 이뤄지면 독자들이 이탈하고 결국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거셌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들도 인앱결제 강제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지난해 7월 처음 발의됐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법이 통과된 지난 8월까지 1년여의 시간 동안 법 통과를 촉구하는 수많은 성명서가 발표됐다. 반대로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 지나친 규제 우려 등을 내세우며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이러한 진통 끝에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이라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화제가 됐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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