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파격적이고 전방위적인 외부인재 수혈로 '순혈주의'를 깼다. 또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BU)으로 나눠 경영하던 기존 체제를 폐지하고 6개(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 산업군(HQ)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변화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 "이대로는 안된다"…순혈주의 깼다
25일 롯데그룹이 이사회를 열고 주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롯데 유통군 총괄 대표(부회장)로 선임하고 호텔군 총괄대표로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1986년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DFI리테일그룹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와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안 대표는 신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기존 유통과 호텔 BU를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환경을 감안했어도 이번 인사의 명암을 가른 것은 3분기 실적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전년 대비 5.9% 늘어난 6천5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성장률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포함한 백화점 3사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 또한 21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 또한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는 등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롯데온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롯데 역시 3분기 매출 3조1천624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2.4% 늘었으나 여전히 2천47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GFR 대표가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2019년 이전까지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해왔다. 롯데쇼핑이 그간 백화점 수장은 롯데 공채 출신에게 맡견던지라 이번 정 대표의 내정은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에 대한 그룹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BU체제 폐지…혁신 가속화 위해 'HQ체제' 도입
더불어 롯데는 기존 BU 체제를 대신해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한다. 롯데그룹이 BU를 없애는 것은 지난 2017년 2월 조직 개편 이후 약 5년 만이다. 롯데는 그간 BU 체제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더욱 빠른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BU 조직 체제에선 각 계열사 별 의사결정 과정에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그룹 내 사업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유통과 호텔 BU의 실적 악화로 인해 별다른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진데 따라 새로운 조직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롯데는 출자구조 및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 등 6개 사업군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한다. 이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쇼핑·호텔·화학 등 4개 사업군은 HQ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면밀한 경영관리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IT, 데이터, 물류 등은 별로로 둬 전략적으로 육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HQ는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 시너지를 모도할 계획이다. 구매와 IT, 법무 등의 HQ 통합 운영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롯데지주의 경우 지주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 및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지주와 HQ, 계열사 간 소통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사업지원팀도 신설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조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열사 책임경영 및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됨에 따라 그룹 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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