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현재 국회에서 막판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빈틈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양 부처가 각각 낸 법안으로 인한 중복 규제가 우려되는 데다가,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달리 중소상공인들에게 오히려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한국벤처창업학회와 함께 주최한 '바람직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방향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일제히 '신중하지 못한 규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온플법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논의를 촉구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방통위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동시 입법하기로 합의했다. 두 법안 모두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유사한 데다가 전반적인 규제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중복 규제'라는 업계의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두 법안 모두 규제 의미가 불명확하고 오히려 플랫폼에 대한 무분별한 사전규제가 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다음달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 온플법 처리를 결의하고 최근 수정안을 제시했다. 공정위 안의 경우 규제 대상 범위를 총매출액 1천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사업자 중에서 과기부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정한 플랫폼으로 정했다. 기존 안보다 매출액 기준 등을 10배 높인 것이다. 또 국내 입점 업체와 국내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규율 대상으로 해 해외에 주소지를 둔 플랫폼 업체도 규제 적용 대상으로 포함되도록 했다. 방통위 안에서는 공정위 안과 중복되는 각종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수정안은 업계에서 기존의 온플법이 지나치게 규율 범위가 넓어 자칫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상당수 스타트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결과다. 또 온플법으로 인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수정안에 반영됐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전부터 지속 주장해 왔던 규제 중복의 문제가 수정안에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여전히 공정위와 방통위 중 어느 한쪽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내려놓지 않았기에 입법목적 및 규제 대상이 중복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중복규제를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대상은 오픈마켓, 앱 마켓, O2O 사업자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다.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라는 입법 목적이 중복되는 데다가 계약 관계에 있어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두 법안 모두 내세운다"며 "규제 기관이 다르지만 규제 목적과 내용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함께 입법될 경우 규제의 중복과 확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과잉 경쟁에 대한 걱정도 크다. 기존 법 혹은 향후 논의될 법안과 규제 사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다. 서희석 교수는 "방통위 안에 있는 차별적 취급과 부당한 부담의 부과, 정보제공의무 위반과 관련된 건은 공정위 안에도 있는 내용이며 계약상 채무불이행 관련 내용은 민법,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는 곧 논의될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됐다"고 꼬집었다.
중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자 후생 강화라는 입법 목적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플법 도입의 직접적 효과를 추정한 결과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들의 매출 감소로 인해 1조4천억원에서 2조8천억원의 총 생산 감소와 1만7천명에서 3만3천명에 이르는 취업유발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성민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가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수수료를 높일 수 있으며, 그러지 못한다면 입점업체 수 제한,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행정절차 강화 등 비가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 영세 신규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며 이들의 입점 제한으로 인한 성장 기회 상실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들이 형성한 롱테일 경제의 꼬리가 잘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온플법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수정안에서 온플법 적용을 받는 기업의 범위가 좁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는 여전하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정책실장은 "이미 플랫폼사들은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은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콘텐츠산업진흥법 등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복 규제를 받고 있다"며 "정부안까지 진행된다면 플랫폼 스타트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국내에서 온플법을 제정한 근거는 유럽연합(EU)와 일본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이 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핀셋 규제'를 하는 이들 국가의 법안과는 달리 한국의 온플법은 이보다 규제 범위도 더욱 넓고 해외보다는 국내 플랫폼사를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만이 크다.
이처럼 현행 온플법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당정에서 온플법 강행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협·단체가 결성한 디지털경제협회는 지난 22일 낸 성명서에서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강행처리하려는 온플법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졸속 심사와 신설에 우려를 표한다"며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 노력이 우선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 온플법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