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대학 시절 탄력을 앞세워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뛰며 공격과 수비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레프트로 작은 키(175㎝)가 핸디캡이 됐다.
'높이'가 중요한 배구 종목 특성상 자칫 배구공을 손에서 놓을 수 도 있었다. 그러나 마침 수비 전문 포지션인 리베로가 도입됐고 단신 레프트는 해당 자리에서 최고가 됐다. 현대캐피탈의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그렇다.
여오현은 2021-22시즌 도드람 V리그 개막 후 코트로 나서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런데 올 시즌 그는 주 포지션인 리베로가 아닌 레프트로 나오고 있다.
여오현은 지난 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홈 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 후(여 코치는 프로출범 멤버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리베로가 아닌 레프트로 코트에 들어갔다.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홈 경기에서도 레프트로 교체 출전했다.
홍익대 시절 이후 레프트로 뛴 건 오랜만이다. 실업 시절 삼성화재 입단 때부터 리베로로 뛴 그는 이호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국내 뿐 아니라 국제배구계에서도 인정 받는 '월드 리베로'가 됐다. V리그에서도 최부식(현 대한항공 코치)과 함께 넘버원 리베로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했다.
여오현은 20년 만에 레프트로 나오는 상황이 어색하진 않다. 그는 "레프트라는 포지션 자체보다 뒤에서(후위) 서브 리시브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코트에 나가면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리베로 여오현이 아닌 레프트 여오현으로 나오는 이유는 있다. 1978년생으로 만 43세인 그는 리베로 자리에서 '세대 교체'를 피할 순 없다. 현대캐피탈은 프로 2년 차 시즌을 맞이한 박경민이라는 차세대 주전 리베로가 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퍼스트 리베로'로 박경민을 낙점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뽑은 이준승도 있다. 이준승은 성지고 졸업반이다. 여기에 함형진도 리베로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현대캐피탈은 외국인선수 로날드 히메네스(콜롬비아)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문성민과 허수봉의 포지션별 이동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레프트에서 리시브와 수비에 주로 가담하며 힘을 더한 베테랑 박주형도 코트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주형은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인한 수술 이후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현재 재활 중이라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리시브와 수비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경험이 많은 여오현이 제격이다. 그는 리베로로 뛸 당시에도 리시브, 디그 뿐 아니라 2단 연결에서도 최고로 평가받았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서 동료 선수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최 감독 입장에서도 레프트 여오현 카드는 매력적이고 활용도가 높다. 여오현이 레프트로 나온 현대캐피탈은 KB손해보험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겼다.
히메네스는 이날 1~3세트 모두 선발로 나왔고 팀내 최다인 20점을 올렸다. 허수봉도 17점으로 뒤를 잘받쳤다. 여오현은 이날 레프트로 선발 출전한 허수봉이 후위로 이동할 때 2, 3세트 교체로 나와 리시브와 수비에서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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