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목숨이 곧 돈이 되고, 그 돈은 곧 최후 승자가 거머쥔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으나 그 구조는 단순하다. 한 마디로 ‘승자독식’ 구조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망 무임승차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IP) 확보에 따른 추가 수익까지 거둬가고 있으나 정작 국내 사용자들의 피해에는 인색한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문화적 종속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전세계인 사로잡은 ‘오징어게임’…방긋 웃는 넷플릭스
“대부분의 국가에서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개 후 9일이 지난 지금 추이로 부면,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테드 서랜도드 넷플릭스 CEO는 미국에서 열린 ‘코드 컨퍼런스 2021’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에 대해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이자 창립자가 오징어게임 등장인물들의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본인이 ‘457번’ 게임 참가자임을 인스타그램이 인증할 정도다.
이어 넷플릭스는 같은달 29일 국내서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열고 지난 5년간 한국 창작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발생한 사회 경제적 효과 및 성과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부사장(VP)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를 향한 넷플릭스의 7천700억원의 투자 결과 약 5조6천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끌어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1만6천여개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1억1천100만 구독가구가 ‘오징어게임’을 선택해 시청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콘텐츠 총괄 VP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하기 시작한 2015년 당시, 넷플릭스의 목표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한국 콘텐츠 팬들을 위한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었다며, “우리가 상상만 했던 꿈같은 일을 ‘오징어 게임’이 현실로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 넷플릭스 ‘꿀 바른 칼’ 될까…승자독식 기반의 생태계 종속 우려
소위 대박난 ‘오징어게임’이라 하더라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무겁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제작사 상생 노력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 제기된 바 있다. 대박이 난 작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지식재산권(IP)이 넷플릭스에 귀속돼, 제작사는 아무런 추가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여야를 떠나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낸 점 또한 의미가 크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넷플릭스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 제작사와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고 지적한데 이어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은 “오징어게임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최초 약정한 금액만 인정하고 있다”라며, “일정 부분 수익 초과하는 것은 제작회사나 배우한테 당연히 배분되는 건데, 넷플릭스는 대박 작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일체 초과수익을 안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도 넷플릭스는 함구했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지식재산권 관련한 계약은 계약에 포괄적으로 포함된다"라며, “계약 내용은 영업기밀”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랐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넷플릭스 국내 매출은 지난해 4천200억원, 2019년 매출은 1천858억원으로 124%가 증가했다"며 "이에 반해 세금은 21억8천만원에 불과했는데 세무조사를 통해 800억원을 더 내고, 세금추징 탈세로 벌금도 냈다"고 강조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 역시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 매출의 77%인 3천204억원을 미국 본사에 수수료로 지급,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률을 넷플릭스 본사의 9분의1에 불과한 2.1%로 줄이는 방식으로 법인세 납부액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연 팀장은 “국내 세법에 따라 충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제재하기 위해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다.
학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과거 광고 시장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방송사 중심에서 스튜디오 시스템 중심으로 제작과 거래 관행들이 바뀌고 있다며, 그에 따른 IP 협상력 향상과 법적 관리가 가능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 IP 포맷 등을 활용한 새로운 유통방식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법 개정을 통해 해외 사업자 잠식을 막고 국내 콘텐츠 생태계 선순환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법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제작 가이드라인은 방송사업자만 적용되는 내용이라, OTT는 확인해 보겠다”고 답해 이후 정부의 움직임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 페이스북 장애에도 이용자는 모른다…해외 사업자 이대로 괜찮을까
국내 콘텐츠 생태계뿐만 아니라 이용자 보호에 따른 자구책 마련 역시 급선무다.
지난해 주요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되면서 망 서비스 안정성 확보 기업이 지정됐다. 국내 영업소가 없는 사업자는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가 부과되고, 네트워크 장애 발생 시에는 반드시 이용자 고지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전 세계적인 접속 장애에 일으켰다는 점이다. 간밤 장애로 인해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이 약 6시간 동안 서비스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국감을 통해 "무료 플랫폼들의 경우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받는 이용요금은 없지만, 사실상 이용자 자체 및 이용자의 데이터 등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로 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해 광고 등 여러 가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 피해보상 규정을 나몰라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무료 서비스인 페이스북 등도 기업 과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이용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망 안정성 의무가 부과된 사업자이나 이용자 피해보상 규정이 없다.
국감장에 참석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장애 사실에 대해 뉴스룸을 통해 고지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이용 장애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라며 사과했으나 결국 이용자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망 안정성 의무가 부과된 사업자 중 별도로 내부 피해보상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은 총 2곳이다.
그 2곳이 해외 사업자인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비단 페이스북만의 문제는 아닌 이유다. 구글은 올해 유튜브 서비스에서 2차례 장애가 발생했다. 4월 26일 15분 이내의 장애로 시스템 이관 작업중 발생한 접속 장애, 5월 16일 서비스 품질 개선 작업 중 일부 접속 장애가 약 1시간 30분 발생했다.
이와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 웨이브 등 국내 사업자의 경우 서비스 이용자 피해보상 지침을 적시하고 있다. 동일 규제를 적용하고는 있으나 해외 사업자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랐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내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보는데 연간 법인세가 35억원밖에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페이스북을 저격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국내 세법에 따라 충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의원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의 불공정한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서 전략적 관점에서의 플랫폼 규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상혁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산업 생태계에 기여한 바도 있다"며 "신규 사업자들이나 창작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환경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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