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공격 경영에 나섰다.
LG그룹은 휴대폰 사업을 접은 이후 전자·통신 경쟁력의 키가 된 인공지능(AI)·로봇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전장 사업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최근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도 인수키로 했다.
LG전자는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선도기업인 사이벨럼의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연말까지 LG전자는 일부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다. 최종 지분율과 투자금액은 주식매매절차가 마무리되는 때 확정된다. 사이벨럼의 기업가치는 약 1억4천만 달러(약 1천600억원)다.
2016년 설립된 사이벨럼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50여 명이다.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분석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분석도구'를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련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 역량을 갖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3개 축으로 재편하며 미래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가 사이벨럼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활용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신뢰도 높은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LG전자는 잇달아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전장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조명 시스템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8년 8월 차량용 조명 시장의 선두기업인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회사 ZKW를 인수했으며 2019년 말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VS사업본부 산하 헤드램프 사업을 ZKW에 통합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지난 7월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이버보안 분야 투자가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전장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전장 뿐만 아니라 기술력의 기준점이 된 AI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LG는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개발에 1억 달러(약 1천1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LG AI 연구원이 출범했다.
LG AI 연구원은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초에 9경5천7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연내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 언어 모델인 GPT-3가 보유한 1천750억개 파라미터의 3배를 넘어선 6천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한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로 이 규모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구 회장이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은 로봇 사업도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18년 7월 LG전자는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듬해 조직개편을 통해 LG전자 대표이사(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가 신설됐고, 올해 BS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됐다.
LG전자는 'LG 클로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내세워 호텔과 병원, 식음료 시설(F&B)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을 잇달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획득한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을 비롯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 등이 화제를 모았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가 중요해졌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구 회장도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공격적인 투자, M&A를 단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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