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KT가 국내 통신 3사 최초로 5G 단독모드(SA)를 상용화했다. 품질 논란이 일고 있는 5G 시장에서 차기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5G 품질 논란의 핵심이기도 한 실제 고객 체감속도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숙제로 남는다.
KT는 5G SA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그간 국내 5G 서비스는 3.5GHz 주파수 대역에서 LTE망과 5G망을 혼합해 쓰는 비단독모드(NSA)로 이뤄졌다. 데이터 처리는 5G망에서, 가입자 인증 등 데이터 제어를 위한 신호는 LTE망을 이용했다. 데이터 처리를 위한 신호가 LTE 기지국에 전달되면, LTE 또는 5G 망이 처리했다. 이로 인해 5G망과 LTE망 연동이 필수적이다.
반면 SA는 데이터 처리와 제어 신호 모두 5G망을 이용한다. LTE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NSA 방식에 비해 지연시간이 단축되고, 배터리 소모가 적다. 통신 접속시간은 NSA보다 2배 빠르고 데이터 처리 효율은 약 3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5G SA는 우선 삼성전자 갤럭시S20, S20+, S20 울트라 3종의 단말에서 제공된다. 다음달에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 연내 갤럭시S21 시리즈로 확대한다. 다만 갤럭시 폴드・플립 시리즈는 미정이다.
SA 전환을 원할 경우 단말 메뉴에서 ‘설정-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운로드 및 설치’ 후 1회 더 재부팅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 배터리효율 8.8%↑…'초저지연' 구현에 유리
KT는 SA의 장점에 대해 배터리 효율 증가와 빠른 반응속도를 제시했다.
KT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삼성 갤럭시S20+ 단말로 SA와 NSA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비교 시험한 결과 SA(13시간 38분)는 NSA(12시간 32분)보다 최대 1시간 6분을 더 오래 쓸 수 있었다. 배터리 사용량을 8.8%가량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초저지연을 필요로 하는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LTE를 거치지 않고 바로 5G로 전달되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더 빠르다.
물리적인 이동통신망을 가상으로 나눠 맞춤형 품질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구현에도 유리하다. 이는 초고속 통신·초저지연·초연결 통신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5G 이동통신 필수 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자율주행이나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용 사물인터넷 등의 서비스에는 수 밀리세컨드(ms) 수준의 초저지연 등을 보장하는 가상 네트워크를, 증강·가상현실(AR·VR) 스트리밍, 초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는 수백 메가비트(Mbps)에서 수 기가비트(Gbps)의 통신 속도를 보장하는 가상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다.
정교한 재난문자 전송도 가능하다. LTE 대비 기지국을 좀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하는 5G 주파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KT는 SA를 통해 위치한 지역의 재난문자만 제공해 이용자 불편을 줄이고, 효과적인 재난상황 전파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LTE서 구긴 자존심, 5G로 반전
KT가 이처럼 선제적으로 SA 상용화에 나선 것은 차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5G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T는 앞선 LTE 상용화에서 경쟁사보다 6개월가량 늦었다. 게다가 900MHz 주파수 대역 간섭문제로 속도를 두배 더 빨리 낼 수 있는 LTE-A 도입에서도 뒤쳐졌다. 그 사이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3G 정책 실패를 반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맹추격했다. 이에 한 때 LG유플러스가 KT보다 한 발 앞서 LTE가입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KT는 이같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5G 투자에 발빠르게 나섰다. KT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국내 SA 첫 상용화를 시작, LTE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5G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KT는 SA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SA와 NSA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핵심망(코어망)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5G 네트워크 시스템은 단말 데이터와 제어 명령을 처리하는 코어망과 다른 망과 상호 연결을 담당하는 기지국 등의 무선접속망(NG-RAN)으로 구성된다.
SA 전환을 위해서는 국제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3GPP) SA 국제표준에서 정의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장비를 개발, 도입해야 한다.
KT는 CUPS(Control & User Plane Separation)를 도입해 SA 서비스를 위해 별도로 코어망을 구축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CUPS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NSA 코어망은 SA 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코어망을 구축해 기존 망과 연동해야 한다.
KT는 5G 통합 코어 기술을 토대로 신규 장비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NSA 코어 장비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SA 서비스까지 함께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속도 줄어들 수 있어" vs "이전과 변화 없다"
이번 KT SA 상용화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수준에선 5G 사용 만으로는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TE를 같이 사용할 경우 이론상 최고 속도는 다운로드 기준 2Gbps 대가 나온다. 주파수 확보 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론상 1Gbps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는 LTE와 최고 1.5Gbps가 가능한 5G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A는 5G 주파수만 사용해 1.5Gbps가 최고 속도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3.5GHz 대역만 사용하는 상황에선 LTE를 함께 사용하는 NSA보다 SA에서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도 KT의 SA 상용화에 경계심을 표하고 있다. SA가 5G 기술 진화를 위한 방향성은 맞지만, 5G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SA 장점을 아직 체감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5G가 LTE대비 확실한 속도 차이가 날 것이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KT의 SA 상용화가 또다시 품질 논란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직 SA 상용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기술적 준비는 마쳤지만 망구축이 진전되고 시장이 성숙됐을 때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속도 논란에 대해 KT 측은 "최고 속도는 이론에 불과하다"며 "SA가 돼도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품질평가에 따르면 NSA로 서비스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통신 속도는 모두 1Gbps에 못 미쳤다.
KT 관계자는 "NSA 방식에서도 대부분의 데이터를 5G망으로 처리했고, 이 때의 최대 속도는 SA와 같은 1.5Gbps로 인식하고 있다"며 "5G를 상용화 할 때부터 SA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서비스로 속도 저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혜 기자(s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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