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옵티머스 사태, 예탁결제원도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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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의 사무관리 책임 인정…금감원 징계 관측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무려 5천억원이 넘는 펀드 환매 중단 피해를 발생시킨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도 책임이 있다는 감사원의 결론이 나왔다.

앞서 예탁결제원은 펀드 사무관리사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며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특히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사무관리 업무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무인 보관함 관리자한테 책임 묻는 꼴"이라며 예탁원 책임론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예탁원도 잘못이 있단 결론을 내면서 '예탁원 책임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감사원이 금융감독기구의 운영실태 감사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자산명세서 작성 업무와 관련해 예탁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사진은 예탁결제원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한국예탁결제원]
감사원이 금융감독기구의 운영실태 감사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자산명세서 작성 업무와 관련해 예탁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사진은 예탁결제원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한국예탁결제원]

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금융감독기구의 운영실태 감사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자산명세서 작성 업무와 관련해 예탁원이 펀드 자산명세서 작성을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지난 5일 결론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 사무관리를 맡은 예탁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옵티머스 측의 요구대로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한국토지주택 매출채권'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작성했다.

예탁원의 이 같은 부당한 업무처리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거나 판매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감사원은 "펀드 자산명세서는 투자자나 판매회사가 투자 또는 판매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회계처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며 사모펀드 자산명세서 종목명 입력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예탁원 직원 1명에 정직에 해당하는 문책 조치를 권고했다.

예탁원은 그간 사무관리 계약에 따라 신탁업자가 편입한 자산에 대해 펀드 자산명세서에 종목명을 입력하거나 기준가격을 산출하는 등의 단순 회계처리 업무만 담당했다고 해명해왔다. 또 운용사의 위법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던 데다 관련 문서를 확인할 의무가 없어 종목명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명호 사장의 '무인보관함' 발언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러나 예탁원이 옵티머스가 해당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과하고, 펀드의 편입자산 대조란 간단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원이 지적에 나서면서 공공기관인 예탁원과 그 수장인 이명호 사장 역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지난달 사모펀드 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한 '비시장성자산 투자지원 플랫폼'을 개시하는 등 올바른 운용시장 정립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예탁원이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쳤어도 옵티머스의 대규모 사기행각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보내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기재해달라는 요청은 일반적인 상황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원 결정을 계기로 금융당국의 예탁원에 대한 제재가 재개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예탁원에 대한 제재를 감사원의 감사 이후로 미뤄왔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예탁원 제재와 관련해 감사원이 판단을 내리면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옵티머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 제재안을 의결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게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예탁원의 경우 감사원 감사 결과를 따르기로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옵티머스 사태의 공동책임을 주장해왔던 NH투자증권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는 처음부터 사기사건이라며 관련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수탁은행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 예탁원 양측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과 예탁원을 상대로 한 구상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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