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키움증권이 4천400억원에 달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했다.
키움증권이 당초 이익잉여금만으로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이 예상됐던 만큼, 이번 증자는 본격적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7.92% 급등한 12만9천500원에 거래됐다. 이날 주가는 장중 한때 8.33% 오른 13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전날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 발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확충으로 키움증권의 주요 수익원이던 신용공여를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 3분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향후 종투사 진출로 신규 사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키움증권은 전날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4천4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RCP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으로, RCPS는 일정 기간 지나면 투자자가 원리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종류주식이다.
세부적으로는 전환가격 15만417원인 RCPS 265만9천263주(배당수익률 3.3%) 4천억원과 전환가격 24만667원의 RCPS 16만6천203주(배당수익률 3.9%) 400억원을 발행한다. 납입일은 오는 29일이고, 신주권 교부예정일은 다음 달 12일이다. 전환 청구 기간은 내년 6월 30일부터 2031년 6월 30일까지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을 비롯해 한화투자증권, KB증권, 신영증권, 메리츠증권, 한국증권금융, 이베스트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참여한다.
◆ 종합금융투자사업 진출 시 신용공여 2배·PBS 가능…수익원 다변화 기회
키움증권은 이번 자본 확충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 자격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을 조기 달성했다. 종투사 자격을 얻으면 기업대출, 보증 등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취급할 수 있어 IB 업무의 영역이 이전보다 크게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신용공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 가능해져 키움증권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신용융자와 개인대주를 포함한 신용공여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 1분기 신용공여 잔고는 2조3천억원으로 전체 신용공여 시장 점유율은 9.6%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신용공여에 따른 이자 수익으로만 연간 1천677억원을 벌어들였다. 키움증권은 현재 가능한 신용공여 규모가 한계치(자기자본 2조7천290억원)에 다다랐기 때문에 종투사 지정으로 신용공여 규모가 늘어나면 수익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하다. PBS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펀드 설립 단계부터 투자자 모집, 대차거래, 장외파생상품거래, 자산수탁, 결제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존에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던 사업 모델에서 각종 서비스 제공 수수료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어 키움증권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 RCPS 발행은 종투사 다음 단계인 '초대형 IB'로 가는 초석
키움증권의 RCPS 발행은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다. 앞서 지난 5월 키움증권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RCPS 발행을 검토 중이라 밝힌 바 있다.
키움증권의 이번 증자는 종투사 진출보다는 이후 초대형 IB 진출을 위한 데 초점이 맞춘 결정으로 읽힌다. 종투사 진출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은 별도의 증자 없이도 올해 안에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지난 1분기 이익잉여금을 2천60억원 늘리며 자기자본도 지난해 말(2조5천230억원)에서 2조7천290억원으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연간 자기자본 규모를 24%(4천890억원) 가량 늘린 바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최근까지 증자 대신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키워왔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2016년(1조1천679억원) 이후 최근 5년여 동안 133% 이상 늘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 것은 지난 2017년 전환사채(CB) 1천470억원, 2018년 RCPS 3천552억원 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열기 속에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이고 있어 이익잉여금 적립만으로도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은 무난한 수준이었다.
때문에 키움증권의 이번 RCPS는 종투사 이후 단계인 초대형 IB로 가기 위한 초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요건이 4조원을 넘어야 한다. 키움증권의 이익잉여금 증가 속도 등을 감안하면 이번 증자로 이르면 내년에 초대형 IB 진출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초대형 IB 인가를 얻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 초대형 IB 대열 합류를 앞두고 있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운용하는 발행어음업을 할 수 있다. 발행어음업 인가를 얻으면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초대형 IB들은 이를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고, 중소·중견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할 수 있어 수익을 다각화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숙원사업이었던 발행어음업을 신청 4년 만에 인가받으며 증권사로서는 4번째로 발행어음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감안하면, 올해 3분기 종투사 지정에 이어 2022~2023년에는 초대형 IB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종투사 지정 시 본격적으로 종합 대형 증권사로 거듭나며 기존 브로커리지 전문 증권사로서 받았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가된 자본을 바탕으로 신용공여를 확대해 3분기 이후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 여력 확보로 IB 부문 딜(deal) 확대와 종투사 자격 취득 시 기업대출을 통해 추가로 IB 부문 실적 개선을 견인할 수 있다"며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배당성향 상향보다는 자본 확대에 당분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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