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이노텍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본격 나선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PC, 노트북 등의 판매량 증가로 수요가 폭발한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장을 노리고 투자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 초 FC-BGA 사업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혁수 상무를 태스크 리더로 선임하고 관련 조직을 구성해 운영 중으로, FC-BGA 기술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FC-BGA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일종으로, 반도체칩과 기판을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기판은 주로 PC나 서버,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같은 시스템반도체에 쓰인다. 반면 또 다른 카테고리인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스마트폰에 투입된다.
LG이노텍은 그동안 FC-CSP, 시스템인패키지(SiP) 등 주로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 기판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비대면 수요 폭발로 PC, 노트북 등의 판매가 급증한 탓에 FC-BGA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성장성이 높아지자 전략 수정에 나섰다.
실제로 국내 PC 출하량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500만 대를 넘어섰고, 엔터테인먼트 확산으로 서버, 데이터센터 증설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FC-BGA 수요는 크게 증가했으나, 제조 난도가 높고 공급사가 많지 않아 공급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이비덴, 신코덴티, 삼성전기 등 10여 개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영향으로 최근 반도체 기판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반도체 기판 평균판매가격(ASP)은 작년 4분기 30%, 올해 1분기 1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도 반도체 시황 개선에 따른 수요 확대로 지난해 대비 10% 이상 고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반도체 기판 시장의 공급자 파워가 세진 상황"이라며 "인텔이 이례적으로 지난 1분기에 삼성전기 등에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량 증대를 따로 요청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는 "FC-BGA의 경우 PC, 전장 등 수요 증가와 더불어 서버, 네트워크 시장의 중장기 대규모 투자가 논의되는 등 응용처 수요는 확대되고 있는 반면, 캐파(생산능력) 확대는 이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캐파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수급은 당분간 타이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긍정적인 시장 전망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FC-BGA 업체인 삼성전기도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 검토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현재 부산 공장에서 FC-BGA 기판을 생산 중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패키지 기판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차질 없이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며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저가 기판 시장에선 대덕전자, 심텍 등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덕전자는 지난해 7월 900억원, 올해 3월 700억원을 시설투자로 지출한 상황으로, 올해 4분기께 FC-BGA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덕전자가 올해 4분기에 FC-BGA를 양산하게 되면 내년 영업이익은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FC-BGA는 일본 이비덴(Ibiden), 신코(Shinko), 삼성전기만 영위한 하이엔드급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영역으로, 대덕전자는 기존 업체와의 경쟁보다 신시장인 자동차향 비메모리 수요를 대응한 이후에 서버·네트워크 분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업계에선 LG이노텍도 내년께 FC-BGA 기판 생산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PC, 서버 등의 칩 수요가 높아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회사가 적다는 점과 성장성 측면에서 LG이노텍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LG이노텍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술만 검토하는 단계"라며 "사업화 여부나 투자 계획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모바일용에 들어가는 기판을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FC-BGA 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LG이노텍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에선 삼성전기, 대덕전자, LG이노텍이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PC향 CPU와 자동차 분야에서의 FC-BGA 수요 증가,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을 고려해 시장에 진출하면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며 "LG이노텍의 밸류에이션 상향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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