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일감 나누기의 일환으로 시스템통합(SI) 내부거래 자율 규제를 도입한다.
대기업 SI사업 일부를 계열사가 아닌 외부 업체에 맡기도록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기회라는 반면, SI사업 특성상 시장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3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월 28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 주재로 '정보기술(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 준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국내 IT 서비스 대기업 및 중소기업 관계자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IT서비스산업협회 등 관련 정부 기관 및 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공정위는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의 SI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 마련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올해 안에 SI 업종의 일감 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관련 회의를 2-3번 더 진행하고 의견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SI 계열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라 자율적 일감 개방을 통해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조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삼성·LG·현대 등 8개 대기업집단이 참여한 단체 급식 일감 개방을 실시했다. 대기업 계열사 및 친족기업 간 내부거래로 이뤄졌던 1조 2천억 원 규모의 단체 급식 물량을 독립기업들도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 상생은 '일감나누기'이다"면서, "앞으로도 물류, SI 분야의 일감 개방을 유도할 것이고, 공정거래협약을 평가할 때 일감 개방 실적을 반영하는 등 기업들의 일감 나누기 문화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경을 위하고, 사회적 기여를 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담보하는 것"이라면서, "일감나누기야말로 사회적 기여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ESG 경영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IT업계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SI 일감 개방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반면, SI사업 특성상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대기업 계열 SI구축 사업은 대부분 내부적으로 이루어져 외부에 거의 개방된 적이 없기에 자율준수 기준 마련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SI는 기업의 기반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의 특성상 보안이 중요할 뿐더러 급하게 고쳐야 할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에 대부분 SI계열사에 일감을 맡기는게 시장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면서, "SI사업은 외부에 맡기기에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 마련 외에도 관련 공시 강화에도 나선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최근 개정했으며, 내년 5월부터 대기업 SI 계열사의 내부 거래 현황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 계열사의 상품·용역 내부거래에서 업종 구분없이 총액만 공시하도록 돼 있다"면서, "물류·SI 부문 거래도 구분해서 의무공시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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