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호남지역 기반 중견 건설사 중흥그룹이 시공능력평가 6위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지방 건설사의 한계를 넘겠다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우건설 몸집이 크다는 점, 헐값 매각 논란, 노조 반발 등의 이유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27일 중흥그룹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LOI(Letter Of Intent·인수의향서)를 제출을 놓고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이날 "회사가 성장을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한 방식의 M&A를 검토해왔으며 대우건설 인수를 심도 깊게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LOI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자문사 선정 등 M&A를 위한 추가작업을 진행한 바 없다"고 말했다.
◆ 정창선 "3년 내 대우건설 등 대기업 M&A 추진"…계속된 대우건설 구애
통상 M&A 진행절차는 인수희망자가 대상회사에 LOI를 제출하고 대상회사와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다. 이후 대상회사의 자료를 검토하고 예비실사에 참여한다. 대상회사가 희망자에게 입찰서류를 교부하면 희망자는 인수제안서를 제출한다. 이후 대상회사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본계약을 체결한다.
현재 부동산 디벨로퍼인 DS네트웍스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글로벌 투자사 IPM과 컨소시엄을 구성,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들 컨소는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대우건설의 각종 프로젝트와 자료를 검토하며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대우건설의 공개매각 당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투자설명서(IM)을 수령하고 M&A 검토에 나섰지만, 실제 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현금 4조원을 마련해 해외사업이 가능한 대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3년 내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닝서프라이즈 이어가는 대우건설, 매각 적기?
시장에서는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대우건설이 어닝 스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 역시 대우건설 내 영향력을 확대하며 매각작업을 본격화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448억원) 대비 465.4% 증가한 2천5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9%로 최근 5개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무구조도 개선했다. 2016년 말 365.1%에서 지난해 247.6%로 100% 포인트 넘게 줄였다.
중흥그룹은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을 필두로 30여개의 주택, 건설, 토목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광주, 전남 등을 기반으로 주택 및 분양사업을 펼치며 성장한 뒤 2000년 경기 남양주 마석지구를 시작으로 수도권으로 영토를 대폭 확장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푸르지오'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활용, 주택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흥건설은 'S-클래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 및 트랙레코드 탓에 사업 확장에 제약이 걸린 상태다.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자산총액도 증가한다.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47위)이지만, 대우건설을 품을 경우 19조원(19위)으로 증가한다.
◆헐값 매각 논란에 노조 반발도 예상, '승자의 저주' 우려도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3조1천400억원 수준이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은 50.75%다. 경영권 프리미엄 30% 가량을 산입할 경우 대략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중흥그룹의 핵심계열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흥토건의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은 5천억원, 중흥건설은 1천400억원이다. 결국 중흥그룹은 다른 FI를 끌어들여 컨소시엄 형태로 M&A를 시도하든지 대우건설의 분할 및 분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과거 2018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려는 호반건설의 지분 분할매각 조건까지 받아들이며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당시 호반건설의 인수조건은 산은이 매각 지분 50.75% 가운데 40%를 먼저 매각하고, 나머지 10.75%를 2년 뒤 매각하기 위한 풋옵션을 부여하는 조건이었지만, '노딜'로 종료됐다.
아울러 대우건설과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우건설의 매출 70% 가까이 주택건축 부문인 데다 주택건축산업 시장의 성장세가 줄어들며 국내 건설사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사업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시장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여전히 낮은 주가와 노조의 반발, 대우건설 해외사업장의 추가 부실 등도 과제다. 산은이 투입한 공적자금 3조2천억원을 회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대우건설 주가가 약 1만5천원 수준에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전날 종가기준 7천570원에 불과해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자산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결국 통매각 보다는 주택사업과 토목, 건축사업부 등을 별도로 분리해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호반건설의 인수 추진 당시 분할매각 등이 거론되자 거세게 반발한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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